유네스코의 ‘블랙리스트 권고’ 그 두 번째 이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예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예영

[환경일보] 베네치아는 물 위에 지어졌고 물로 둘러싸여 있다. 그 덕에 베네치아는 최고의 항구로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사실 베네치아는 실거주 인구가 5만명에 불과하는 소도시이다. 하지만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4만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에만 관광객이 3000만명 정도 몰리기도 했다.

지나친 관광객의 방문으로 현지 주민들의 삶에, 그리고 베네치아의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을 고려한 유네스코는 2023년 ‘블랙리스트 권고’라는 조치도 내렸다. 오버투어리즘으로부터 베네치아의 환경은 ‘보트로 인해 발생하는 파도’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베네치아 건물의 60%가 겪고 있는 침식에 이러한 파도 또한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는 건물과 도시의 석조 기반을 약화한다. 또한 도시의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려 홍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사용되는 수상 운송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바포레토(Vaporetto)로 부르는 수상버스이다. 이는 베네치아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시 내 이동과 주변 섬 방문에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한다. 약 23개 정도의 노선으로 운행되며, 일반적으로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운행된다.

운하 골목길을 지나는 수상 택시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운하 골목길을 지나는 수상 택시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그렇다면 각 노선들의 운행량은 어느 정도일까? 공식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2번 노선의 시간표를 살펴봤다. 출퇴근 시간과 같은 주요 시간대에는 약 10~12분의 간격으로 운행된다. 그 외 시간대에는 보통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늦은 밤 시간대에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오전 5시에 시작되는 첫 운항을 시작으로 23시~0시30분경 마지막 운행이 이뤄진다. 하루 총 60~70회 운행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수상택시라는 교통수단도 있다. 수상버스보다 빠르고 프라이빗 하며 골목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관광객들은 수상버스를 찾는다.

지난 1월 26일, 베네치아의 오버투어리즘 실태를 알기 위해 시내를 방문했다. 베네치아 본섬 골목을 걷다 보면 이러한 수상택시를 빈번히 마주한다. 폭이 좁은 수상 골목길에도 여러 보트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이로 인한 영향인지 부식된 건물들의 외벽을 확인할 수 있다. 너울로 인한 석조 기반의 약화와 소금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베네치아 건물의 60%는 침식과 부식이 이뤄지고 있다. 수상버스, 수상택시와 더불어 주민들의 개인 보트나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크루즈들까지 고려한다면, 이 파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건물 침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미 존재했다. 2021년부터 크루즈선은 도시 내 역사적인 중심 지역으로는 진입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앞선 취재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디젤 수상 버스와 화물 바지선을 하이브리드 전기 엔진으로 바꾸는 시도도 있었다. 전기 수중익선 보트를 만드는 스웨덴 회사 '칸델라'가 베니스의 석호에서 초기 시험을 수행한 것이다. 칸델라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미카엘 말버그는 자사의 보트가 기존 제품보다 8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물 위를 고속 주행한다고 말했다. 허나 수중익선 보트의 작동 속도는 베네치아라는 도시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있었음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전체 보트의 속도를 제한하기 위한 시도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베니스의 뱃사공들은 오랫동안 속도 제한을 풀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파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트의 최대 시속은 11km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일부에선 이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하고, 일부는 이를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 최초로 ‘관광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시작으로, 2024년 8월부터는 관광세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와 더불어 재정난까지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침식된 건물들의 외벽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침식된 건물들의 외벽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현재, 이탈리아의 1200개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외 관광객이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를 경우 1인당 1~5유로의 관광세를 매기고 있다. 이들이 2024년 벌어들인 관광세는 7억7500만유로(약 1조1457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의 경우 관광세를 최대 10유로(약 1만4783원)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관광부는 관광세 상한선을 100유로(약 14만8000원) 미만 객실의 경우 1박당 5유로(약 7400원), 750유로(약 111만원) 이상인 객실의 경우 최대 25유로(약 3만7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베네치아 내 관광산업과 환경보호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 도시의 생존이 결정된다. 사실 이탈리아 경제에서 관광 산업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 이탈리아 GDP에 대한 기여도는 10.5%로, 약 2150억 유로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현명한 선택으로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다음 세대에게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예영 lydud1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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