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과는 별개로 환경친화적 행동 실천은 감소

[환경일보] 최근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4 국민환경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2%가 기후변화를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꼽았다. 2021년 39.8%에서 불과 3년 만에 30%P 가까이 급증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불안감(75.7%), 미안함(66.3%), 분노감(64.8%) 등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기후변화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은 30.2%에 그쳤다.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을 비롯해 폭설, 폭우, 태풍 등 갖가지 기상재해가 더 자주, 큰 규모로 발생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두려움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위기의식에도 불구하고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불편함을 감소하더라도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이 58.4%, ‘생활의 편리함이 우선이다’는 응답이 20%로 아직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하는 응답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2018년 70.5%에 달했던 ‘환경친화적 행동 우선’이라는 응답이 12%P 이상 줄었고 ‘생활의 편리함 우선’이라는 응답은 8%P 가까이 증가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 인식과는 별개로 친환경 실천 의지는 다소 낮아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심각성 인식은 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친환경적 태도나 생활 습관 실천이 어려운 이유로는 친환경적인 행동(예: 대중교통 이용)은 시간이 많이 소비된다(46.0%), 친환경적 행동이 나의 건강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예: 미세먼지 많은 날 걸어서 이동)(46.0%), 친환경적인 행동은 비용이 많이 든다(40.6%) 등의 응답이 나왔다.

환경적 선택이 비환경적 대안에 비해 ‘손실’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세대별로는 20대의 경우 금전적 손실(비용이 많이 든다), 5060세대에서는 시간적 손실(시간이 많이 소비된다)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시민들의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홍보가 매우 형식적이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도 언제나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에서’ 또는 ‘돈이 들지 않는 한도에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폐기물 분리배출과 재활용이라는 측면 하나만 살펴봐도 우리나라 환경정책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분리배출의 가짓수를 늘리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수고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분리배출 이후의 재활용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존하고 있다.

재활용을 위해 필요한 수고를 국민에게만 강요하고,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으며, 기업은 돈 되는 것만 재활용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는 분리배출에 대한 대가도 아니고 전 국민에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기후변화 주간이라며 홍보부스 만들어서 아이들과 기념사진 찍고, 공무원들 진급하는 데 도움 되라고 상장 나눠주는 게 과연 기후변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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