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정책에 중국이 내민 반격 카드 ‘희토류’

[환경일보] 트럼프가 높은 관세를 통해 미국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국민에게 세금을 걷지 않고 관세로 이를 대신해서 정부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게 가능할까?

관세라는 것은 수출국의 상품에 부과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부가가치세 10%를 없애준다고 해도, 수입 상품에 대한 과세가 50%라면 상품 가격은 그 차이만큼 오르게 된다.

미국 정부가 수출국에 부과한 관세를 국민에게 나눠주지 않는 한 부자로 만들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트럼프가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는데,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 역시 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도 없는 무지가 드러났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과 싸울 때는 1::1의 싸움 혹은 미국과 우방들이 중국과 싸우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트럼프 2기는 동맹국들까지 싸움에 끌어들이면서 미국과 전 세계가 싸우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중국의 시진핑이 트럼프 1기 때는 양보했지만, 2기 때는 적극적으로 반격을 취하고 있으며, 미국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중국이 내세운 반격의 카드는 바로 희토류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라는 뜻이다. 매우 적게 채취하기 때문에 귀하고 그만큼 비싸게 팔린다. 특히 현대에 들어 휴대전화, 컴퓨터, 카메라, 전기차, 풍력터빈 등 전자제품과 방위산업의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필수재로 꼽힌다.

문제는 광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희토류 원광을 채취하고 ▷원광에서 희토류를 분리하고, ▷분리된 희토류를 정제하는 모든 과정이 가능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비중을 보면 ▷희토류 채굴 60% ▷희토류 분리 87% ▷희토류 정제 91% ▷희토류 자석 제조 94%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독과점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한때는 미국이 희토류 생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희토류를 암석에서 분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폐수와 유독가스, 방사성물질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희토류를 원석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강한 산성 용액이 투입되고 다시 중화시키는 과정에서는 강한 염기성인 수산화나트륨이나 암모니아수가 사용된다. 희토류 산화물 1톤을 얻기 위해서는 1.4톤가량의 방사성 폐기물과 20만ℓ의 산성 폐수가 발생한다. 또 황산을 사용해 희토류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희토류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면서 선진국들에는 기피 산업이 됐고, 결국 환경이나 인권 따위는 무시하는 중국에 시쳇말로 ‘짬’을 때린 결과가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중국 역시도 한족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니라 내몽골 지역에 희토류 광산을 운영함으로써, 소수민족에게 ‘짬’을 때렸다. 내몽골인들에게 희토류라는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차라리 저주였다. 희토류 광산 주변이 죽음의 대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만들었는데, 여기 들어가는 필수품이 바로 희토류 자석이다. 개도국의 환경을 제물로 받쳐서 선진국의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오늘날의 기후변화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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