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안보와 생물다양성 출발점··· 생태위기 대응 체계 마련해야

[환경일보] 기후위기는 극한기후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복합적 파장을 일으키며 생태계 전반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꿀벌 생태계의 위기는 인간 사회의 식량안보와 직결된 치명적 경고다. 최근 WWF(세계자연기금)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과학적 증거로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꿀벌은 더 이상 안정된 계절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폭염과 폭우, 예측 불가능한 날씨, 외래 포식자의 확산 속에서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이른바 ‘기후 뉴노멀’에 놓여 있다. 특히 등검은말벌과 같은 침입종은 꿀벌 개체군의 직접적 위협이자, 수분 생태계 전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꿀벌의 위기는 곧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던 수분, 생물다양성, 식량안보와 같은 필수 생태계 서비스의 붕괴를 뜻한다. 꿀벌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생태계 내 먹이망을 유지하고, 경작지의 수확을 가능케 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다. 이들의 붕괴는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농업과 식량 공급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꿀벌의 위기는 곧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던 수분, 생물다양성, 식량안보와 같은 필수 생태계 서비스의 붕괴를 뜻한다. /사진=환경일보DB
꿀벌의 위기는 곧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던 수분, 생물다양성, 식량안보와 같은 필수 생태계 서비스의 붕괴를 뜻한다. /사진=환경일보DB

이러한 위기를 단순한 양봉 산업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기상 데이터 기반 분석, 시민 참여형 침입종 모니터링, 예측모델을 활용한 방제 전략 등 과학 기반 정책이 적극 도입돼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계 기관이 함께 생태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분매개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벌 한 마리 없어졌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라는 무관심이 식탁 위의 식재료 절반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WWF의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꿀벌 생태계를 위한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대응 태도와 준비 수준을 되묻는 중요한 성찰의 기회다. 꿀벌을 지킨다는 것은 곧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작지만 우리에게 가장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꿀벌을 외면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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