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심 정책 벗어나, 에너지 정책 대전환 결단해야

[환경일보] 최근 ‘대만·독일의 탈원전 중심 에너지 전환 전략과 한국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만과 독일의 사례를 통해 확인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에너지 전환은 시대정신이며, 탈원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생태계 복원’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신규 원전 건설 등 탄소중립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목표와 충돌하며, 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 대만은 2024년 마지막 원전을 중단하며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로 전환했다. 독일은 2023년 원전 가동을 종료하고 전력의 6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효율성,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적 대안을 보여줬다.

특히 독일의 경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스마트 전력망 구축, 수요 관리 시스템을 병행해 왔다. 이는 기술적 대응이 뒷받침된다면, 원전 없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에너지 전환은 단지 전력 생산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사진=환경일보DB
에너지 전환은 단지 전력 생산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사진=환경일보DB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원전의 출력은 유연하지 않고, 건설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성 논란과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원전 확충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산업 구조를 추구하며, 미래 세대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철학의 문제다. AI와 반도체 중심의 산업 확장이 전력 수요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고효율 기술,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반응(DR)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하면,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 관리 중심의 효율적 전환이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공공정책이 아닌,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비 중심의 확장이 아니라 시스템 혁신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더 이상 회피의 명분이 될 수 없다. 기술과 정책이 결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과제다.

한국이 다시 앞서가는 IT 국가, 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원전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단지 전력 생산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새 정부는 원전 확대라는 편의적 해법을 재검토하고, 국제사회와 발맞춘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방향을 다시 정립하고 실행할 때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