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숲 조성 사업 확대, 미래세대 연계 환경 교육 실천
비콥 인증 기반 글로벌 협업··· 윤리성과 사회적 기여도 중시
산불 대응형 숲 설계, ESG 파트너십 통한 지속가능 경영 추진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산불과 같은 재난이 일상화되는 시대 속에서 환경 문제를 단순한 경고가 아닌 실질적 변화의 동력으로 바꾸는 이들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숲 조성, ESG 협업, 미래세대 교육까지 아우르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온 트리플래닛은 그런 기업 중 하나다.
국내 최초로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한 환경 스타트업으로서, 지역을 넘어 지구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트리플래닛의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실천의 동기를 제공한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트리플래닛은 ‘나무를 심는 사회혁신 기업’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창립 당시 어떤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 왔나
트리플래닛은 비교적 오래된 환경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 옮겨 왔다. 첫 작품은 수목장을 주제로 한 환경 다큐멘터리였으며, 해당 작품은 LG전자 구본무 회장이 설립한 상록재단으로부터 상을 받았고, 이후 장관상도 수상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개인이 느낀 문제의식도 사회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나만의 문제라고 여겼던 것이 다수에게 공통된 문제로 인식되는 순간, 그것은 해결의 대상이자 동시에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다큐멘터리, 보도, 신문 등 매체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짚고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후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해결해 보자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이러한 흐름이 트리플래닛 설립의 계기가 됐다.
Q. 트리플래닛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와 실제 성과는

최근 트리플래닛은 스카이 대학생 연합 학회와 함께 산불 피해 복구를 주제로 한 공동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참여 인원이 많은 만큼 팀을 나눠 아이디어 경쟁 방식으로 운영 중이며, 고려대학교에서 발표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분당에 위치한 대안학교 ‘독수리기독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이 전통적으로 진행해 온 모금 활동을 올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조성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1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모아 트리플래닛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는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세대 간 영향을 통한 자발적 행동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트리플래닛은 초기부터 게임이나 교육 콘텐츠 등을 통해 어린 세대에게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이를 통해 성장한 이들이 환경 기업을 창업하거나 관련 활동을 주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변화는 정부나 NGO, 기업만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행동이 모여 이뤄진다는 철학 아래, 트리플래닛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전환과 실천을 유도하는 데 집중해 왔다.
Q. 도시숲, 학교 생태숲, 산불 피해 복구숲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트리플래닛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트리플래닛은 산불 피해 복구와 학교 생태숲 조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산불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재난 중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하는 문제로, 단순한 복구 차원을 넘어 기술적 접근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화재에 강한 대체 수종을 도입하고, 수분 함량이 높은 밀원수 중심의 조림을 통해 탄력적이고 자정 능력이 높은 산림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산림 조성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접근할 수 없는 산지에 산불이 발생하면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임도를 포함한 방재형 숲을 설계하고 있다. 인위적 개입이지만 이는 산림 내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실제 소방차 등 차량 접근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학교 생태숲은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단순한 나무 심기를 넘어 교육과 의식 전환을 포함한 종합적인 환경 실천의 장으로 보고 있다. 기성세대가 누려온 환경의 부채를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Q.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기준은
트리플래닛은 다수의 기업 및 기관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화그룹이 14년째, 현대차그룹이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지속 중이며, KB금융, 고려아연 등도 5~6년 이상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NGO나 정부 기관의 경우는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이 지속 가능했던 핵심 요인으로는 ‘진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기업이 ESG 활동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철학에 기반한 장기적 실천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정성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헤리티지에 가깝다.
진정성 있는 파트너일수록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협업의 깊이를 더해 간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신뢰는 더욱 강화된다.
Q. 트리플래닛은 국내 최초로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한 환경 스타트업이다. 비콥 인증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그 영향은

트리플래닛은 글로벌 환경 임팩트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초기부터 해외 여러 지역에 숲을 조성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 왔다. 그러나 당시 국내의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은 국내 활동에만 한정돼 있었고, 해외에서의 성과는 인증 대상에서 배제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보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기업의 임팩트를 평가받기 위해 비콥 인증을 추진하게 됐다.
비콥은 환경 문제를 지역 이슈가 아닌 전 지구적 과제로 인식하며, 이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국제적 연대를 지향한다. 트리플래닛은 인증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연결성을 높였고, 파타고니아나 네스프레소 같은 선도 기업들과의 사례를 참고하며 지속가능 경영의 방향성을 확장해 나갔다.
Q. 비콥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실제 협업 사례에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비콥 인증 유지를 위해 트리플래닛은 숲 조성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환경적 성과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고용 창출, 교육 수혜자 수, 탄소 배출권 확보 등 비재무적 지표들을 데이터화하고 관리하며, 이를 통해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비콥은 단순한 재무 성과가 아닌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를 평가하는 체계다. 윤리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중시하는 이 구조는 트리플래닛의 철학과도 부합한다. 실제로 비콥 인증은 국제 협업의 신뢰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출장 당시 비콥 인증 기업들과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이 형성됐고, 인증이라는 공통점만으로도 협력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강화됐다. 자발성과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한 후원 문화, 프로젝트 운영 방식 등도 트리플래닛의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환경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환경의 중요성은 단지 자연 생태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외교, 국방, 교육, 생활, 주거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이 환경이라는 개념 안에 포함된다. 환경은 삶의 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잘 사는 사회일수록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도시 환경이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다.
좋은 환경은 곧 좋은 삶의 조건이며, 환경일보는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사례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개개인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와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