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전 대한설비공학회장)

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
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

[환경일보] 최근 일부 해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등 감염병 재유행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품게 되었다. 지난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실내 공간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는 또 다른 핵심 열쇠가 바로 환기와 공기청정인데, 이데 대한 관심과 투자는 아직 미흡하다. 필자는 이와 관련된 경종의 글을 여러 번 써 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놓칠 수 없는 공기 방역의 중요성,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은 주로 비말이나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수록 감염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기는 가장 기본적이자 가장 강력한 공기 방역 수단이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바이러스 농도를 희석하는 것은 감염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냉난방기 사용이 필수적인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주기적인 환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하자니 냉난방 에너지가 고스란히 밖으로 새 나가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열회수 환기장치(ERV)다. ERV는 실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그 공기가 가진 열에너지를 회수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에 전달한다. 덕분에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쾌적하고 안전한 실내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을 넘어, 사계절 내내 꾸준하고 효율적인 환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감염병 예방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공기청정 설비는 환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조 수단이 된다. 특히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는 바이러스 크기의 미세 입자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또한, 최근 기술 발전으로 전기집진 방식의 공기청정기는 단순히 필터링을 넘어 바이러스를 직접 살균하거나 불활화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과거 한 연구자가 공기청정기가 감염병을 확산시킨다는 오해를 낳기도 했지만, 이는 부적절한 사용법에 대한 경고였을 뿐, 올바른 사용 시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질 개선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 유해한 오존 발생량을 극미량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보편화된 만큼, 안전성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사회 전반의 공기 방역 인식 제고와 투자 필요

지난 팬데믹 초기, 대통령 1호 공약 중 하나로 팬데믹에도 영업할 수 있게 영세업체 환기설비 지원이 언급되었으나, 아쉽게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다가올 재유행의 위협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 예방에 필수적인 환기 및 공기청정설비 확충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재정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과 영세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실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설치 컨설팅 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ERV 도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학교, 병원, 대중교통 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공기질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필요한 시설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시민 개개인 역시 환기와 공기청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주기적인 환기,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등 기본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 스스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위협이다. 더 늦기 전에 ‘공기 방역’을 핵심 방역 전략으로 삼아,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당신의 공간은 지금, 숨쉬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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