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원장 “정서 치유와 통합의 플랫폼으로 진화”
최재천 교수·샤바즈 칸, 기후위기 대응과 SDGs 연계 강조
지식 전달을 넘어 행동으로: 기후위기 시대 식물원 새 역할
AR과 디지털, 식물원 교육의 새 물결··· 숲치유로 정서 안정
DMZ 자생식물원 투어, 생태 치유와 문화적 의미 결합
하버드·중앙아시아·유네스코, 국제 협력의 장 확대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6월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 2025)가 개최됐다. 해당 행사는 총 5일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교육 콘퍼런스로 ‘변화를 위한 교육: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동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총회에는 51개국 244개 기관에서 온 1600여 명의 식물원·수목원 교육 전문가, 생태·환경 교육 관계자, 연구자, 학생 등이 참석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등 시대적 과제 해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국립수목원 임영석 원장은 기조 환영사에서 “식물원은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과 정서 치유, 지역사회 통합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면서, “이번 총회를 계기로 식물원 교육이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행동과 변화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식물원교육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뜻깊다“며, ”전세계의 수목원 교육 전문가들이 함께 교육기관으로서의 수목원의 역할과 미래 수목원 교육의 해답을 찾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 시대의 식물원 교육, 교육에서 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변화를 이뤄낸다는 평가다. 개막식 기조연설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샤바즈 칸 유네스코 동아시아사무소장이 나섰다.
최 교수는 “식물원이 기후위기 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하며, 시민 의식과 실천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칸 과장 역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현을 위해 식물원 교육이 씨앗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육과 행동의 유기적 연결을 강조했다.
실제 행사는 64개 세션, 140건의 발표, 45건의 워크숍으로 구성됐으며, 브라질 상파울루 식물원의 지역사회 협업 프로젝트, 중국 충칭 식물원의 AR 기반 어린이 교육 실험, 한국 국립수목원의 도시 텃밭 연계 보전 프로그램 등 구체적 사례가 풍성하게 공유됐다. 특히 AR 사례는 어린이 인지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후불안 속 정서 치유로 확장되는 식물원 교육
6월11일에는 ‘기후불안 대응과 식물원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임상심리학회, 심리 전문가,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 등이 함께하는 심층 토론이 진행됐다. 김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숲 치유 프로그램과 같은 정서 회복 교육이 식물원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숲 치유 프로그램이 정서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소개하며, 심리·환경 융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틀간 진행된 각종 워크숍에서는 ‘디지털+현장’ 교육 모델,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등이 깊게 논의됐다. 경기공유학교 모델과의 협업 프로그램 발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식물 관찰, 텃밭 운영, 생물서식지 탐방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높였다는 실증 결과도 공유돼 호응을 얻었다.

탄소중립부터 DMZ 생태치유까지: 실천 중심 행사
총회 중 마련된 ‘탄소중립 이벤트’ 부스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현장에서 계산하고 바로 숲 조성 기금에 참여해 상쇄할 수 있었다. 환경 실천 경험을 직접 체험하는 이 활동은 “실천 없는 교육은 공허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또한 폐회 전 개최된 DMZ 자생식물원 현장 투어는 강원도 양구의 비무장지대 지역에서 진행됐으며, ‘생태 치유’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자연과 직접 교감하며 기후·정서·문화적 의미가 결합된 경험을 제공했다.

국제 협력의 물꼬: 하버드·중앙아시아·유네스코 손잡다
ICEBG 2025를 기점으로 국립수목원은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 중앙아시아 9개 기관, 유네스코 동아시아사무소와 MOU 및 LOI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종자 재도입, 식물표본 복원, 공동 연구·출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한반도 식물 관련 공동 출판물도 8~9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6월12일 폐회식에서는 국제식물원보전연맹(BGCI)과 산림청·국립수목원이 공동 성명문을 발표한다. 내용에는 “식물원은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선언, 국가 간 협력 강화, 청소년 교육 확대,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의지가 담길 예정이다.
BGCI는 매년 6월 12일을 ‘세계식물원교육의 날’로 제정해 교육 및 보전 활동을 촉구할 예정이며, 후속 연구 보고서와 정책 권고안을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식물원 중심 교육·치유·실천 플랫폼 시대의 도래
ICEBG 2025는 단순 학술 교류를 넘어, 교육이 실제 참여와 행동, 정서적 치유로 연결되는 플랫폼의 가능성을 구현했다. 디지털·AR 교육 확산, 정서 회복 프로그램, 탄소중립 실천 툴, 공교육 연계, 국제 협력 체계 구축 등 식물원 교육의 외연을 확장한 결과다. 특히 동아시아 최초 개최이자 코로나 이후 첫 대면 총회로, 식물원을 통한 글로벌 교육 네트워크 구축에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ICEBG 12회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현장 적용과 정책 반영이 중심이 될 것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와의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시대 ‘식물원 플랫폼’은 이제 교육을 넘어 행동과 변화의 촉발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