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복원 위한 국제 연대··· 국회서 사막화 대응 토론회 열려
산림청·국회 공동주최, 100여 명 참석··· 기후대응 정책 논의
UNCCD “토지는 우리의 유산이자 미래”··· 국제 협력 강조
토지 황폐화는 기후·생물다양성 문제의 뿌리··· 복원 시급
기후위기 대응, 말보다 실천··· “지역·청년 참여 확대돼야”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6월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사막화와 가뭄 방지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국회에서 기념행사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회 이원택·정희용 의원실과 산림청이 공동 주최했으며, 국내외 기후·산림·수자원 전문가, 정책 관계자, 청소년, 시민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기후위기 시대에 사막화와 가뭄 대응이 갖는 의미를 되짚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지정한 올해 공식 주제는 ‘토지를 복원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다(United for Land: Our Legacy. Our Future)’이다. 이는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가 단지 생태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임을 환기시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토지는 우리 미래의 기반”··· 국제협력과 과학기반 대응 강조
행사는 기념사를 시작으로 정책 발표, 청소년 발표 시상식, 전문가 토론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개회사에서 “사막화와 가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전북과 경남 일대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은 기후위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국회도 식량안보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탄력적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은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에서 국회가 보다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과 산림 복원, 물 순환 체계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 이현주 국제협력담당관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 극심한 산림 황폐화를 국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복원한 경험이 있다”며 “이제는 그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때”라고 강조했다.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행한 조림과 복원 사업은 단순한 나무심기를 넘어 황사 저감, 생태 회복,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소개했다.
UNCCD “사막화는 전 지구적 위협··· 토지 복원은 생존 전략”
이날 행사에는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 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인 전덕하 박사도 참석해 국제사회의 현황을 공유했다. 그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토지 황폐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과 건조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며 “토지 복원은 단지 환경보호가 아닌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 박사는 “사막화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식량위기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며 “UNCCD는 2030년까지 토지황폐 중립 목표(LDN)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지표 및 정책 프레임워크를 각국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의 목소리도 함께··· “기후위기 대응은 세대 간 공동의 과제”
이번 행사는 미래세대의 참여를 강조하며, 사전에 개최된 청소년 영어발표대회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고등학생, 중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과 ‘지속가능한 토지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등학생 수상자인 이서연 양은 “기후위기 대응은 어른들이 나서야 할 문제인 동시에, 우리 세대가 주체로 참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 교육과 환경 행동이 학교 안팎으로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발표는 단순한 상징적 참여가 아니라 실제로 기후정책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 대상 국제 포럼과 교류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과 산림, 가뭄과 기후위기··· 각 부문 전문가 정책 제안
정책 발표 세션에서는 산림, 수자원, 농업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최형태 산림수자원연구과장은 “조림지가 가진 물 저장력과 수문학적 기능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 중 하나”라며, “조림을 통한 유출수 감소, 토양 안정화, 지하수 보전 등 다층적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정현식 기후위기대응센터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주기가 짧아지고, 지역 간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며 “위성데이터, 지하수 관측망, AI 기반 예측 기술을 결합한 통합 가뭄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영준 한국농어촌공사 물관리단장은 “농업현장의 가뭄 대응은 곧 식량안보와 연결된다”며 “빅데이터 기반의 물 수요 예측, 지능형 용수 배분 시스템 등을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막화 대응은 실천의 문제”··· 토지 복원 위한 행동 선언 이어져
행사 말미에는 참석자 전원이 ‘토지 복원과 가뭄 대응을 위한 행동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토지 복원의 중요성 인식 ▷국내외 사막화 방지 정책 확대 ▷세대 간 연대와 시민참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장에서는 QR코드를 활용한 시민 아이디어 제안 캠페인도 진행되었으며, 행사 이후 산림청은 이를 종합해 향후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정책에서 현장으로··· “말보다 실천, 협치보다 연대”
이번 국회 기념행사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앞에 두고 정부, 입법부, 전문가, 시민이 함께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형식적인 선언을 넘어, 실제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제안과 사례가 공유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한 참석 전문가는 “사막화와 가뭄은 인간 활동의 결과이자,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간, 세대 간, 분야 간 연대와 지속적인 실천 의지”라고 평가했다.
산림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2025년 말까지 ‘사막화 방지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제조림사업 및 개발협력 프로젝트 확대, 국내 교육·인식제고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 사막화와 가뭄 방지의 날’이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1994년 6월 17일 협약 채택일을 기념해 ‘세계 사막화와 가뭄 방지의 날(Desertification and Drought Day)’로 지정했다. 매년 6월 17일 전 세계 각국은 사막화 방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