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과학자이자 32년 차 베테랑 환경전문가
중장기 공단 마스터플랜 수립··· 10대 핵심사업 추진
하수처리, 폐기물 자원화, 에너지 자립화 등 중점
지산학 연구회 출범··· 지역 환경기술 혁신·산업 육성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MBTI를 묻자 ‘INTJ’라고 했다. 용의주도한 전략가형, 체계적으로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 타입, 주도적인 ‘말하기’보다 제대로 ‘듣기’가 몸에 밴 사람. 문제의 근본 원인에 집중하고 시스템 개선에 몰두, 단기적인 관점보다 중장기적인 비전 찾기를 선호하는 성향. 안으론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도 겉으론 묵묵히 할 일을 마치는 굳건한 심지, 올해 2월13일 취임한 이근희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을 단 몇 줄에 담아낼 수 있을까.
부산대 환경공학과 졸업 후 일본 동경대학에서 도시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기술고시에 합격, 1992년 공직에 입문한 뒤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과 기후환경국장, 상수도 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32년 경력 베테랑 환경전문가로 알려진 그다.

도쿄대 박사로 세계 100대 과학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부산시상수도본부장 재직 시절 전무후무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녹산 하수처리장에 아나목스 공법을 도입해 예산 절감과 처리효율 제고 효과를 거뒀다. 환경 관련 탁월한 안목과 지식, 폭넓은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그가 부산환경공단 수장을 맡은 지 수개월이 지났다.
취임식 후 부단히 바빴다며 운을 뗀 이근희 이사장은 “공단은 공공성도 추구하지만, 경제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주민들의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하수도 요금으로 운영해서다. 주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경영 혁신은 필수”라며 환경공기업인 부산환경공단의 새 변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구체적이고 명확한 그림, 현실적인 얘기들이 오갔다.

Q. 지난 2월13일 부산환경공단 11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근 4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떻게 보냈나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경영철학과 이후 공단의 변화 방향을 정하고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틈틈이 공단 사업장을 둘러봤고 현안과 고질적 문제를 점검하며 대책을 세웠다. 지역사회 협업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막 출발선을 벗어나 신나게 질주하는 기분이다. 의욕이 넘치지만 섣부른 행동이나 결정은 금물, 현장과 소통하면서 혁신과 실행 중심의 리더십 구현에 집중하겠다.
먼저 공단의 과거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부터 꼼꼼히 살핀 후 공단 운영 전반에 걸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조직 체계와 사업 흐름을 정비하면서 10대 핵심사업을 정해 본격 추진 중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공단 발전과 부산 환경의 지속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Q. 내부 혁신 강조하면서 조직과 인사 얘기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진 중인가
외부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은 당연한 얘기고 내부 혁신 강화가 중요하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열정을 태우고 꾸준히 역량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가동되는 조직이 내실 있게 성장한다. 조직 개편을 실시해 7월1일부터 새 조직구조로 운영한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환경기술 R&D와 관련 산업 육성 등을 맡는 ‘환경기술센터’를 강화하고,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에도 중점을 뒀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각종 인사제도와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고 성과와 역량 중심의 평가체계를 정립해 구성원들이 동기를 부여받고 꾸준히 발전하도록 돕겠다.
지식경영 체계도 강화하겠다. 지식과 경험이 조직 자산으로 쌓이도록 한다는 얘기다. 새롭게 지식은행을 운영하고 AI(인공지능) 등을 적극 활용해 빠르고 스마트한 공단으로 거듭나겠다. 무엇보다 상명하달식 조직 문화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자유롭게 개선책을 제안하는 ‘진짜 소통’하는 조직 문화는 내 오랜 바람이었다.
Q. 안전제일 시설관리, 시민우선 공공기여, 노사화합 경영혁신 등 3개 항목을 경영목표로 제시하면서 부산시 환경정책에 현장 운영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반영하는 피드백 기능이 미흡하고 지역 환경산업 육성과 연계한 지속적인 사업 발굴, 장기적인 발전과 비전 제시도 부족하다고 평했는데
그간 공단은 환경시설 운영 전문성을 토대로 충실히 제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수차례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전국 상위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나 물리적 확장 중심의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기후변화의 심화와 인구 감소 그리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는 시대 과제다. 또 시설 노후화 대책과 비용 증가 등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단은 질적 성장 기반 확립에 주력할 계획이다.
공단은 현장에서 부산시의 환경정책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고 현장의 전문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시에 정확히 피드백해야 한다.
취임 직후 ‘공단 마스터플랜’을 세웠고 마무리했다. 수차례 직원들과 심도 있는 회의와 토론 과정을 거친 결과다. 하수도와 폐기물 등 공단이 추진 중인 업무를 꼼꼼히 살피고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환경 분야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해 지역 환경정책으로 피드백하고 제안할 계획이다.
‘공단 마스터플랜’에는 친환경 기술개발과 지역 환경산업 육성, 원가절감과 인재개발 등 경영 혁신 과제도 담겼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그만큼 신중을 다하라는 얘기다. 임기 내에 차근차근 진행하겠다.

Q. 환경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장 공들이는 사업은
공단은 부산지역 하수처리장 14곳과 소각장, 매립장, 관로시설과 분뇨처리장 등 환경 정화에 꼭 필요한 24개 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환경기초시설뿐 아니라 도로 재비산먼지 저감사업, 슬레이트 철거 지원사업, 자원순환협력센터, 부산시환경교육센터 등 다양한 환경 분야 사업과 환경 캠페인 등 다채로운 공익사업도 펼쳐 왔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수처리’다. 안정적으로 하수를 처리하는 건 기본일 터, 시설 노후화와 운영비용 증가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 효율화를 이루겠다.
우선, 하수처리시설 운영 효율화를 위해 ‘수동’ 운전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반 ‘자동제어’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서부 하수처리장에 도입해 운영 중인 ‘스마트 하수처리장’ 사례를 보면 안다. 현장 에너지와 약품 주요 설비를 자동제어 하고 사전에 설비 이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대학 등과 힘을 모아 AI 하수처리 공정제어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장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하수처리 방식은 처리 안정성과 효율성,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리라 본다.
또 하수처리 원가 절감을 위해 소규모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찌꺼기를 녹산 하수처리장 소화조로 반입·통합 처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수찌꺼기 처리비용과 전력비 절감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절약과 바이오 가스 생산 등 에너지 자립화 역시 추진하겠다.
하수처리장 인근 하천의 수질 향상 등 부산 환경 현안 해결에도 적극 나서겠다. 시와 협업해 공단 남부하수처리시설 MBR 기술로 정화한 최종 방류수를 하천유지용수로 다시 이용해 하천 수질과 악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준설물 감량화 시설을 설치해 이와 연계한 하수관로·맨홀 준설 통합관리로 하천수질 개선과 악취를 예방하겠다.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 환경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Q. 최근 ‘부산 환경기술 지산학 연구회’를 출범했는데
6월20일 ‘부산 환경기술 지산학 연구회(이하 지산학 연구회)’를 출범했다. 연구회는 부산환경공단을 비롯해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부산연구원, (사)부산광역시맑은물산업진흥협회, (사)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 대한환경공학회 부울경지회, 대한상하수도학회 부울경지회, 부산녹색환경지원센터, 한국막학회 부울경지부,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부울경지회 등 10개 기관과 협회, 학회가 공동 주최 주관했다.
공단의 주요 과제는 부산의 환경기술 혁신은 물론, 환경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키워 지역소멸 대응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여러 환경기관과 기업, 학회 등이 유기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해 역량을 결집하는 플랫폼이 긴요하다고 봤다.
‘지산학’ 협력은 지자체와 산업, 학계가 단순한 협력에 머물지 않고 지자체가 산업계, 학계와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조다. 지역이 중심이 돼 인재를 키우고 산업과 연계하는 순환형 성장 모델로, 시 역점사업 중 하나다.
지산학 연구회는 환경 분야로 ‘지산학 협력’을 가져온 것이다. 부산의 환경 분야는 지역화하기 적합한 분야다. 특히 공단은 하수처리장, 소각장, 도로 미세먼지 저감사업 등 다양한 환경 분야 사업을 운영 중이므로 환경문제를 잘 이해하면서 산업계와 학계 참여를 끌어내고 실효성 있는 R&D와 현장 적용까지 추진할 수 있는 주체다.
6월20일 출범식에서 지산학 연구회는 10개 기관과 학회, 협회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부산의 환경기술 협력방안 관련 주제발표와 심도 있는 토론도 진행했다. 지산학 연구회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부산이 지산학 협업 기반 환경기술 선도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협업의 첫걸음이 되리라 본다. 향후 긴밀한 협력으로 환경 R&D 과제 발굴과 환경기술 현안 해결 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Q.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실질적 성과를 낸 사례도 있지 않나. 지난 4월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어떤 내용인가
㈜엔바이론소프트와 ‘외부 탄소원 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공단은 엔바이론소프트로부터 5년간 제품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한 대체탄소원 50톤가량을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이번 협약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하수 처리 시 오염물질 속 질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메탄올을 구매해 사용했다. 이번 협약으로 부산물 활용 대체탄소원을 무상으로 받으면서 공단은 예산을 절감하고 엔바이론소프트는 안정적으로 부산물을 처리하니 서로 윈윈이다. 상호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폐기물의 자원순환 차원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꼽힌다.

Q. 10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부산형 자산관리시스템’을 얘기하자면
공공 하수도 자산은 이제 단순 ‘보급’에서 ‘유지관리’ 시대로 진입했다. 효율적인 자산 유지관리로 수명연장은 물론 재정부담도 낮출 수 있다. 공단의 시설물이 노후한 게 사실이다. 기존에는 노후 시설물 교체 시 담당자의 경험이나 직관 등 주관적 판단이나 법정 내용 연수에 의존했다. 체계적으로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공단만의 자산관리시스템 부재로 효율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모든 제품은 내구연한이 존재한다. 하지만 유지관리만 잘한다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공단은 법정 연수의 1.5배 이상 사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경제성 향상이 기대되는 공정별 주요 자산을 중점관리해 설비 장(長) 수명화를 달성하겠다. 설비의 표준화와 현행화, 자산평가 등 공공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수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시민 삶과 안전 지키는 공공재”
환경공기업으로서 환경운동실천 추진, ‘탄소중립’ 시민 동참은 필수
기후 파국 시대 해법···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하자!”
Q.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나 실천 습관 등이 있다면
소소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모여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평소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분리배출도 철저히 한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작은 실천이 거듭돼야 가시적인 변화가 보인다. 관심이 있어야 시작이 가능하다.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진심’이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실천할 게 아닌가. 일상에서 ‘친환경’ 실천거리는 무수히 많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꼭 필요한 물건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 이게 중요하다.
환경공기업 이사장으로 ‘환경실천운동’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일례로 생활습관 개선이나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을 위한 실천과제 수립과 같은 환경 캠페인 말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은 필수다.
지난 6월5일 ‘환경의 날’ 실천과제 중 하나인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를 위한 캠페인 발대식을 진행했다. 캠페인에 ’환경은 꽁生꽁死’라는 명칭을 붙여봤다. 익살스러운 문구 뒤에 우리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환경을 살리거나 죽일 수도 있다는 진지한 메시지를 담았다. 물티슈 변기에 버리지 않기, 재활용 습관 생활화 등 시민들이 일상에서 실천 가능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득하는 다채로운 환경 캠페인이다. 부산시와 지역기업 등 대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Q. 기후위기 아니 기후 파국 시대를 맞아 시민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공단이 운영 중인 하수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등은 사실 시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통한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시설들이 도시의 깨끗한 환경을 지탱하는 필수 기반시설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공재라는 얘기다.
이 점을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공단도 시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고자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도록 애쓰겠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점을 맞았다. 막연한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닥친 현실이다. 환경문제는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 주도하에 공공기관과 기업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실천하는 이 세 축이 흔들려선 안 된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분리배출 한 번 더 신경 쓰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이 겹겹이 쌓여야 ‘대안’과 ‘해결’에 이르는 마중물이 된다. 우리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의 한가운데 섰다. 매일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는 지구를 질식시키는 주범인 데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부산환경공단은 ‘간절한 진심’이 담긴 ‘친환경 실천 선언’ 아니 ‘행동 주자’가 되겠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시민들 또한 책임감 있는 환경 지킴이이자 강력한 감시자로 올곧게 서자. ‘기후위기로 공멸’은 절대 과장된 문구가 아니다. 모두의 작은 실천이 모든 변화의 시작일 터, 다 함께 사는 묘안은 저스트 두 잇,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