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후 처리 한계 벗어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필요
[환경일보] 서울시가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지 3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시민의 인식과 생활 방식은 분명 변화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과 재활용 습관이 뿌리내렸고, 폐기물 감량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춰졌다. 하지만 30년의 시간은 충분히 길었다. 더는 배출 후 처리에 초점을 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 서울은 자원순환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종량제 30주년 포럼’에서는 종량제 정책의 과거와 한계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제안이 쏟아졌다. 시민·기업·행정 전문가가 모여 입을 모은 것은 한 가지다. 서울은 이제 ‘제로웨이스트 도시’로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종량제 봉투 가격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봉투 가격을 조정하고, ‘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조례 개정은 정책 신뢰성을 높이는 기본 장치다. 동시에 분리배출 기준이 지역마다 달라 시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 역시, 환경부 차원의 통합 기준과 공식 정보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열심히 분리해도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시민의 불만이 반복되는 이상 자발적 실천은 지속되기 어렵다.

단순히 분리배출을 장려하는 차원을 넘어,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생태계 구축이 근본 대안이다. 포럼에서 제시된 다회용기 시스템, 리필 인프라 확대, 수리 보조금 제도, 제로웨이스트 매장 활성화는 실행 가능한 정책들이다. 특히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나 ‘리필 판매기 설치’ 등은 기존 인프라와 연계해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일회용 사용이 잦은 장례식장, 공공행사, 체육시설 등을 제로플라스틱 거점으로 지정한 서울시의 접근은 유효하지만, 여전히 실험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정책의 확장과 일상화가 필요하다.
또한 자원순환을 위한 도시 정책은 사회적 약자, 이주민, 청년 등 새로운 구성원을 포함하는 포괄적 교육 시스템과 함께 가야 한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참여자 확산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한 인센티브, 정보 접근성 강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한편, 수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재사용 매장에 대한 카드 수수료 차등화, 거점 공간 확보 같은 제도적 뒷받침도 실질적 변화의 조건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서울시가 매일 900톤 이상을 매립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단순한 소각시설 확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폐기물 발생 억제-재사용-재활용-소각·매립이라는 자원순환의 전 과정을 시민과 함께 설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30년 전 종량제가 그랬듯, 이제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서울이 ‘세계적인 제로웨이스트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실행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뒷받침할 정치적 의지다. 쓰레기 문제는 결국 시스템의 문제이고,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 도시의 품격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은 다음 30년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나? 종량제 봉투 너머를 보는 정책, 지금이 그 전환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