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경영학회, 탄소경영 및 전략 심포지엄 개최
탄소중립 현실화 위한 재원 조달, 국제 협력 등 전략 논의

[과학기술회관=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한국환경경영학회(KEMA)와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한국환경연구원, SDX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탄소경영 및 전략 심포지엄’이 지난 25일 13시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 재원 조달, 민간투자 유인 방안,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전략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해법이 논의되는 자리로 마련됐다.

황용우 한국환경경영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와 학회의 역사적 맥락을 강조했다. 그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학계, 산업계, 정부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재생에너지와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전문성과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는 기술 중심의 탄소 경영이라는 주제를 통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후재원 현실과 민간투자 유인 방안 제시

특별 강연에서는 김효은 글로벌산업탈탄소재단(GHI) CEO가 연사로 나섰다. 김 CEO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기후재원 논의의 실상을 짚으며 “결국 탄소중립은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연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질적 지원은 매우 미미했다”며 “1.3조 달러까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간투자 없이 공공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투자를 끌어내려면 수익 가능성,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하며, 시장에선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자본’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글로벌 필란트로피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후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형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STO 연계 필요··· 한국형 탄소금융 시스템 절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남민우 교보증권 디지털자산Biz 파트장이 ‘한국의 기후기술금융 통합거래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과 한국형 배출권 거래제도를 연계한 STO(토큰증권)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상을 제시했다.
남 파트장은 “현재 국내 탄소시장은 가격, 유동성, 접근성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 발행을 통해 탄소 감축 실적의 거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순한 규제 위주의 접근이 아닌, 민간 투자자와 중소기업도 손쉽게 참여 가능한 기후기술 금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기존 탄소배출권에 IP(지식재산권) 가치를 연계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변수 미국', 기후협력 약화 선제 대응 필요

두 번째 발제자인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트럼프 2기 환경·에너지 정책 전망과 시사점’을 주제로 미국 기후정책 변화에 대한 심층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정책을 철회하고,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개발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든 정부가 구축한 청정에너지 인프라와 보조금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기후재정 지원을 중단하면서 국제기구 재정이 위축되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이 오히려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조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미국 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가능성 등 통상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며, 탄소규제가 약화하더라도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의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기술·금융·정책의 통합적 대응이 관건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김동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실장, 임지수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태양 한국경영인증원 ESG경영센터장, 이준희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차장이 참석해 탄소경영 전략의 현실적 과제와 방향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전하진 이사장은 인간사회의 지배, 성장, 경쟁이라는 기존의 논리로는 더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경제 메커니즘의 정비가 시급하다”며 “개인의 탄소 감축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범 교수는 투자자들이 기후 분야에 주저하는 이유로 수익성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인식을 지적하며, MRV(측정·보고·검증) 체계의 정교화와 이를 금융 시스템과 연계한 신뢰성 높은 시장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기후기술’이 수익 창출이 아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전환하려면 정부 정책과 금융 인프라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STO 기반 기후금융 활성화와 정책적 인센티브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동윤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변화가 국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국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별 체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내 태양광과 풍력 확산, 무탄소 에너지 CFE(탄소무배출에너지)에 대한 지원 여부 등도 자세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수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소재 산업이 기존의 ‘Sustainability 1.0’을 넘어 ‘Sustainability 2.0’ 시대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ESG 규제와 소비자·시장 측의 친환경 요구가 결합되며,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소재 기업은 CBAM에 대응하면서도 에너지 절감과 탈탄소 기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전기차·CCUS·바이오소재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박태양 센터장은 STO 기반 탄소 플랫폼이 소액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탄소감축 시장의 참여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 기업과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확장된다면 탄소금융의 실효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 모두를 도모할 수 있다”며 STO 인증체계 강화 및 블록체인 기술 기반 탄소 데이터 표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준희 차장은 탄소경영이 더 정교해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적극적인 접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절감과 기후정보 분석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며, 이는 향후 글로벌 기후 패권 경쟁에서도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핵심”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영국·EU 등 주요국이 AI 기반의 기후 대응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