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지속가능한 경제, 금융 시스템 개편 서둘러야

[환경일보] 기후위기 대응의 결정적 시기, 이른바 ‘골든타임’은 더 이상 선언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 실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국내 기후 싱크탱크가 제안한 ‘기후금융 10대 정책’은 단순한 권고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 로드맵이라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단순히 환경 문제로 국한하지 않았다. 물가, 금융안정, 자산건전성, 무역 경쟁력, 연금 수익률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리스크로 규정했다. 이는 현실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등도 이미 기후리스크를 금융 안정의 주요 변수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금융·법·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녹색금융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화석연료 투자 확대, 정보 비공개, 기후리스크 미반영 등 ‘그린워싱’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나 금융감독 체계 역시 기후위기를 고려한 구조 전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기후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한국의 금융·법·제도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구조 전환에 한참 못 미친다. 기후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사진=환경일보DB
 한국의 금융·법·제도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구조 전환에 한참 못 미친다. 기후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사진=환경일보DB

이번에 제안된 10대 정책은 이러한 필요성에 정확히 응답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녹색중앙은행 전환, ESG 기본법 제정,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평가 의무화, 공적 금융의 넷제로 포트폴리오, 기후퇴직연금 제도 등은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국제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퇴직연금 420조원이라는 막대한 장기 자금을 기후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제안은 기후책임성과 노후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말로만 ‘기후정부’를 표방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을 통해 기후 리더십을 실현할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은 금융과 자본의 체계적 이동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국회는 10대 정책을 입법적 과제, 행정적 과제, 즉각 추진 가능한 정책으로 분류해 적시에 실현되도록 제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협력도 강화돼야 한다.

기후위기는 예외가 없는 위기다. 그리고 금융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다. 기후위기를 지속가능한 전환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금융의 패러다임부터 전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비롯해 경제·산업 전반 기후금융을 위한 시스템 개편의 적기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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