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은 5분, 지휘는 몇 시간 뒤”··· 산불 현장 구조의 모순
피해액 63%가 산림 아닌 ‘시설물’··· ‘도시 재난’으로 봐야

산불 대응, 중앙정부 TF 신설과 법제 정비 필요성 부각
여야, 소방청-산림청 협업 아닌 ‘지휘 일원화’ 필요 공감

국회의원회관에서 1일 개최된 ‘산불재난 제도개선 방안 국회토론회’에서는 대형 화재를 ‘Wild Mega Fire’로 정의하고, 대응 범위와 체제를 거기에 맞춰 전환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의원회관에서 1일 개최된 ‘산불재난 제도개선 방안 국회토론회’에서는 대형 화재를 ‘Wild Mega Fire’로 정의하고, 대응 범위와 체제를 거기에 맞춰 전환할 필요성이 부각됐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1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212호)에서 ‘산불재난 제도개선 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김상욱·박정현·이광희·차규근·채현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기후재난연구소와 산불정책기술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의 전·현직 소방관, 산림청 공무원, 학계·시민단체 전문가 등 60여 명이 좌석을 꽉 채워 열기를 더했다.

‘Wild Mega Fire’ 개념 전환 필요

발제자로 나선 이강우 홍천소방서장은 “단순한 ‘산불’ 개념으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며 “산림, 마을, 도시까지 위협하는 초대형 화재는 ‘Wild Mega Fire’로 정의하고, 대응 범위와 체제를 거기에 맞춰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지난 3월 경북·산청 산불에서 발생한 시설물 피해액이 전체 피해액의 63.5%에 달한다며, “이제 산숲을 넘어 도시까지 타는 대형화재는 산림청 단독이 아니라 ‘국가 재난’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중심 통합 지휘체계 절실

이어서 현장 소방관의 생생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동소방서 변강제 소방관은 “출동 5분, 현장 안착 10분이면 진압 준비 끝나지만 산림청 공무원이 도착하는 건 몇 시간 뒤”라며 “지자체장에게 지휘권을 위임하는 현재 구조는 지연만 낳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산림청 항공기와 소방항공대 간 통신 체계조차 연결되지 않는다”며 “현장 합동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휘 체계 일원화 주장은 소방서장 이강우, 변강제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 산불대응연구TF 배재현 입법조사관도 제시했다. 배 조사관은 “산림청은 본래 산림 보전과 산업 육성이 주업무로, 산불 대응 인력도 전국 435명뿐이며, 이마저도 지방분산되어 있다”며 소방청 중심 전환이 행정·전문성 면에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의견도 공존

그러나 완전한 이관에는 이견도 존재했다.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신현훈 지회장은 “단순히 실행 주체만 바꾸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산림청이 누려온 경험과 소명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또한 일부 참석자는 “현장 경험은 소중하지만, 농촌 쓰레기 소각처럼 예방 차원의 제도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산림청 측도 발제 기회를 달라”며 토론 다양성을 요구했다.

영덕군 부군수는 “정부 차원의 TF는 총리 직속 조직으로, 산림청·소방청·지자체 간 조정 역할이 명확히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입법·예산·조직 개선 과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휘체계 일원화 ▷항공·정보 통합망 구축 ▷지상 출동·초기 진압 역량 강화 ▷산불 예방 제도 개선 ▷피해 지역 특별법 제정 등 쟁점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5건의 특별법안이 발의되어 3일 첫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예정이고, 정부 부처, 지자체 간 이견 조정 과정이 향후 입법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부남 의원은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 재난”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제도·법제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만의 논의’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토론회는 “소방청 중심 통합이냐”, “산림청 경험 보전이냐”의 대립구도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통신 인프라, 예방 교육, 법·예산 설계, 조직구성의 다층적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향후 기획재정부의 예산 운용, 행안위·산림청이 맞물린 정책 간 협업 속에서 논의가 제도화될지는 국회 심사와 정부의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자리에서 나온 현장 우려와 경험이 법제화 이후에도 살아남는지 여부다. ‘산불은 산림만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는 인식 전환이 얼마나 입법과 집행에 실질적으로 반영될지, 다음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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