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고슴도치 /사진=픽사베이
고슴도치 /사진=픽사베이

최근 몇 년 사이 고슴도치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작은 몸집과 귀여운 외모, 비교적 온순한 성격 덕분에 '키우기 쉬운 이색 반려동물'로 각광받으며 각종 SNS에서는 고슴도치를 키우는 계정들이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귀여움과 특별함에 이끌린 유행의 이면에는 고슴도치가 처한 생태적 위기와 동물 복지 문제가 가려져 있다. 과연 고슴도치는 그저 ‘이색 반려동물’일까?

고슴도치, 야생의 존재를 인간의 소유물로?

고슴도치는 야행성 곤충을 주로 먹으며, 자연 상태에서는 해충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유럽고슴도치(Erinaceus europaeus)와 아프리카피그미고슴도치(Atelerix albiventris)는 각각 자생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전 세계 곳곳에 반려동물로 수입·판매되며 그 생태적 기능이 점차 무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프리카피그미고슴도치를 중심으로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생태적 고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양육자의 인식 개선과 관련 업종 발전을 통해 대부분은 합법적인 경로로 수입되지만, 여전히 펫샵이나 밀수입 사례가 존재한다. 동물은 단순히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각자의 생태적 역할과 권리를 지닌 존재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무책임한 분양, 유기와 폐사로 이어지는 현실

고슴도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사육 환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낮과 밤의 리듬이 맞지 않거나, 온도와 습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폐사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고슴도치는 예민한 생물이기에, 충분한 사육 지식 없이 기르다 보면 스트레스로 쉽게 가시가 빠지거나 여러 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 중 '지인에게서 무료로 분양'받는 경우가 46.7%로 가장 높았으며, 이렇게 무료로 분양된 반려동물은 양육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육 포기 이유로는 '예상보다 외출, 출장, 여행 등 생활에 제약이 많아서'(28.8%),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25.6%), '예상보다 돌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22.4%) 등이 높게 나타나 반려동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과 책임감 없이 섣불리 입양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부 유기된 고슴도치가 도심 주변에 풀려나는 경우, 국내 생태계에 예기치 못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외래종이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입증되었으며, 고슴도치 역시 그 잠재적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슴도치/사진=픽사베이
고슴도치/사진=픽사베이

반려동물 등록 갱신제, 책임감 있는 양육의 시작점인가?

현재 국내에는 고슴도치를 포함한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반려동물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동물 복지와 생물 다양성 보전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반려동물 등록 갱신제 도입과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 갱신제 전환에 대한 응답은 93.3%에 달할 정도로 시민들의 높은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반려동물에게 매년 일정한 등록비를 지불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양육자의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71.1%에 달했다(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은 연간 평균 22만 4천 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징수된 비용은 '유기동물 관리, 보호소 개선'(54.3%), '동물 학대 방지, 구조'(46.8%) 등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OECD 가입국 38개국 중 17개국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등록세를 징수하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도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려견 보유세를 통해 중성화 수술 등 동물 복지 증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유기 동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펫산업연합회는 농촌의 취약 계층이 다수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보유세 부과는 오히려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농림축산부 통계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수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보유세와 유기 동물 증감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반박도 존재한다.

보전과 교육, 그리고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

고슴도치는 단지 귀엽고 이색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고슴도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생물 다양성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고슴도치를 포함한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반려동물 생산·판매 제한 및 기준 강화, 반려동물 양육자 사전 교육 이수제 도입, 동물의 적절한 돌봄·관리 의무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일부 시민단체는 고슴도치와 같은 야생동물을 사육하기 전,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계속해서 주최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반려동물 양육을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동물의 생태적 특성과 필요한 돌봄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고, 평생 책임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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