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유행 콘텐츠 뒤로 눈물 흘리는 진짜 상어들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상어 /사진=환경일보DB
상어 /사진=환경일보DB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최혁주 학생기자 = 요즘 틱톡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는 파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해변을 걷는 상어 이미지가 화제이다. 세 다리에 익숙한 포즈, 어딘가 어설픈 얼굴, 그리고 반복되는 이탈리아어 음성 “TRALAERO TRALALA!”가 중독적으로 들린다. 이 상어는 이탈리아어에서 시작된 AI 밈의 일종으로, 사람들의 피드에 빠르게 퍼지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상어를 귀엽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웃기다고 한다. 하지만 가상 창작물 속의 상어가 유행을 타고 웃음을 전파하는데 비해 현실의 상어는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상어는 지금 울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상어 종의 약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무분별한 남획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해양 오염으로 인해 상어 개체 수는 지난 50년간 7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상어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버리는 관행은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떠올랐다.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존재다. 이들이 사라지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중간 포식자가 과잉 번식하고, 이는 다시 작은 어류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인간의 어획량과 해양 자원까지 영향을 받는다. 웃고 있는 상어 밈의 이미지 이면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심각한 생물다양성 위기가 숨어 있다.

귀상어/ 사진=환경일보DB
귀상어/ 사진=환경일보DB

‘상어의 기원과 진화’ 4억 년을 살아남은 생존의 아이콘

상어는 지구 생물 역사상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 중 하나로, 최초의 상어는 약 4억 2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공룡보다 2억 년이나 앞서며, 대부분의 현대 척추동물보다 훨씬 오래된 기원을 가진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해온 상어는 지구가 겪은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을 모두 견뎌낸 드문 생물 중 하나다. 초기 상어는 오늘날의 상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초기 상어로 분류되는 클라도셀라케(Cladoselache)는 약 3억 8천만 년 전의 화석 기록으로, 날렵한 몸체와 두 개의 등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빨은 작고 고정된 형태였다.반면, 시간이 흐르며 상어는 점점 더 정교한 포식자로 진화하게 되었다. 특히 이빨이 교체 가능한 구조로 변화하고, 로렌치니 기관(Ampullae of Lorenzini)* 같은 전기 수용 감각기관이 발달하며, 어둡고 탁한 환경에서도 먹잇감을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진화의 흐름 속에서 상어는 환경 변화에 매우 유연하게 적응해왔다. 지느러미 구조, 몸체의 유선형 디자인, 내장 기관의 위치, 감각 기관의 발달 등은 모두 상어가 바다의 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요 진화적 성과이다. 심지어 어떤 종은 깊은 심해에 적응하여 빛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았으며, 어떤 종은 연안 생태계에서, 또 어떤 종은 적도 근처 따뜻한 바다에서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이러한 다양성과 유연성 덕분에 현재까지도 50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상어들이 전 세계의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다.

상어에서 시작된 질문’생물다양성, 왜 지켜야 할까?

이처럼 다양한 서식지와 형태로 분화된 상어 종들마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종의 위기’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생물다양성은 단지 많은 생물이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각기 다른 생물 종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생명의 그물망이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면, 이런 톱니 중 하나가 멈추는 것이고, 결국 다른 톱니도 영향을 받아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게 된다. 우리는 이미 그 징후를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염병의 확산, 식량 자원의 불안정성은 모두 생물다양성 손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더불어 생물다양성은 과학, 의학, 산업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의약품은 생물 유래 물질에서 발견되었고, 새로운 유전자원은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 된다. 즉,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단지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생존,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물은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어 한 종의 멸종은 곧 연결된 다른 수많은 생물종의 변화와 위기를 예고한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생명의 ‘숫자’가 아닌 ‘관계’다. 그 관계망이 무너질 때, 우리가 속한 세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행을 넘어서 생명의 목소리를 듣자

3다리 상어는 웃기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공유하고, 따라 그리고, 심지어 따라 부른다.

하지만 진짜 상어는 울고 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조용히,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웃고 나서, 그 생명의 진짜 얼굴을 마주보는 것. 웃고 나서, 그들을 지킬 방법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생물다양성을 위한 우리의 다음 발걸음이어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