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해야 할 작은 웅덩이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논 /사진=환경일보DB
논 /사진=환경일보DB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하연 학생기자 = 한눈에 보기엔 평범한 작은 웅덩이지만, 그 속엔 마을 사람들의 추억과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로 ‘둠벙’이다. 한때는 농사를 살리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둠벙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그 이름조차 낯설어한다.

과연 이 작은 웅덩이가 왜 우리에게 다시 주목받아야 할까?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농업과 일상이 깃든 물웅덩이

한국은 오래전부터 벼농사를 지으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논 옆에 작은 웅덩이, 둠벙을 만들어 사용했다. 1970년대까진 흔한 풍경이었고, 아이들 놀이터이자 추억의 장소였다. 하지만 농업 현대화와 개발로 둠벙은 급격히 줄어 1990년대 이후 거의 사라졌다.

생태계의 경계, 생명의 피난처

겉보기엔 단순한 웅덩이 같지만, 둠벙은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둠벙은 물과 육지가 만나는 접경 지대, 즉 생태계의 ‘경계(ecotone)’ 역할을 하며, 다양한 종들이 공존할 수 있는 서식처를 제공한다. 다양한 수생생물과 육상생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둠벙은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의 피난처가 된다.

실제로 둠벙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양서류, 곤충, 수생식물 등이 대표적이다. 참개구리, 청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둠벙의 얕은 수심과 정체된 물 환경을 산란지로 삼아 개체군을 유지한다. 또한 물장군, 물땡땡이 등 수서곤충들은 둠벙 식물과 바닥 속에 서식하며, 이들을 먹이로 하는 조류와 양서류의 먹이사슬 기반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둠벙이 단순한 웅덩이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둠벙이 주는 생태계 안정성

생물다양성 보존은 인간 생존과 직결된다. 건강한 생태계는 광합성, 수질 정화, 토양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생물다양성이 유지된 지역은 환경 변화에도 회복력이 뛰어나 식물 멸종 위험을 낮춘다.

둠벙은 농촌 곳곳에 점처럼 흩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된 생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 네트워크는 개구리, 수서곤충 등 다양한 종의 이동 경로이자 유전자 교류 통로 역할을 한다. 생물들은 둠벙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 생태계 탄력성을 높인다.

전라남도청 친환경농업과 고민정 직원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까지 목포시를 제외한 21개 시군에 둠벙을 조성한 결과, 35종의 생물이 서식한 자연 둠벙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33종의 생물을 확보했다”며, 둠벙이 생태계 종 다양성 보존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둠벙은 ‘생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많은 빗물을 일시 저장해 홍수를 완화하고, 가뭄 시에는 지역 농업의 생존 수단이 된다. 이처럼 둠벙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촌 생태 전략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둠벙을 다시 바라보다

둠벙은 오랫동안 농촌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작고 조용한 공간이 지역 생태계를 지탱해 왔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가치다. 개발과 변화가 계속되는 시대 속에서, 둠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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