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한 멸종위기종 난의 매력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하진 학생기자 =난은 흔히 매체에서 부유층의 상징처럼 그려지며, 고급스러운 취미라는 인상을 준다. 이는 난의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자태, 그리고 희소성으로 인한 높은 가격대, 마지막으로 까다로운 재배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탁월한 관상 가치를 지녔음에도, 난은 서식지가 산지, 섬, 고산지대 등 특정 지역에 국한돼 야생에서 채집이 어렵고, 대량 번식마저 쉽지 않아 희소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난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선물용으로 만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희귀종의 경우 수십만 원을 넘어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또한, 난은 온도, 습도, 햇빛, 통풍 등 여러 환경 요인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식물이라 섬세한 관리가 가능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고유한 매력을 지닌 난은 화훼산업의 핵심 품목이기도 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화훼 총 판매액은 약 5,339억 원이었으며, 난은 국내 화훼시장의 분화류 중 19%를 차지하며 약 401억 원 규모의 시장 가치를 형성했다. 장미, 국화, 백합에 비하면 절대적인 비중은 작지만, 고가 품종의 비중이 높아 시장 파급력과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품목으로 평가받는다. 이토록 매력적인 난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자.

난은 왜 멸종위기종이 됐을까?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풍란, 한란, 복주머니란은 1998년부터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난의 높은 관상 가치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무분별한 남획과 불법 채취가 기승을 부렸고, 이에 더해 서식지 파괴까지 겹치며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의 멸종을 막기 위해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식물조직배양기술을 이용해 난을 증식시킨 후 다시 야생에 이식하여 번식할 수 있도록 복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신비로운 자태, 풍란의 특징
풍란은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로, 바람이 잘 통하는 상록수림 속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착생 난초이다. 짧은 줄기 아래쪽에서 노끈처럼 굵은 뿌리가 뻗어 나와 주변에 단단히 고정된다. 잎은 두 줄로 나며, 넓은 선형으로 길이는 5~10cm, 폭은 6~8mm 정도이다. 특히 잎 앞면에 깊은 홈이 파여 V자 형태로 구부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5~6월이 되면 아래쪽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흰색 꽃 3~5개가 모여 달리며, 은은하고 향긋한 향기를 풍겨 매력을 더한다. 우리나라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에 주로 자생하며,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발견된다.

겨울을 수놓는 매력, 한란의 특징
한란은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지생 난초로, 상록수림 아래 햇빛이 많이 들지 않는 곳에서 매우 드물게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끈처럼 생겼고 흰색이며 굵다. 잎은 3~8장이 모여나는데, 가죽 같은 질감에 넓은 선형으로 길이가 20~50cm, 폭이 0.5~1.5cm에 달한다. 잎 끝은 날카롭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특히 한란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꽃을 피우는 겨울 난초로 유명하다. 25~60cm의 긴 꽃줄기에 5~12개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보통 연한 녹색을 띠지만 변이가 심하고 향기가 매우 좋다. 우리나라 제주도 및 전라남도의 섬 지역에 자생하며,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분포한다.

신비로운 주머니, 복주머니란의 특징
복주머니란은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지생 난초로, 산지의 경사진 풀밭이나 숲속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체에 털이 있으며, 땅속줄기에서 가는 뿌리가 나고 뿌리줄기는 짧게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곧게 서서 20~40cm 정도 자라며, 다세포의 털이 나 있다. 잎은 어긋나며 3~5장이 달리는데, 넓은 타원형, 피침상 타원형, 난상 타원형으로 길이 8~20cm, 폭 5~8cm이다. 복주머니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름처럼 주머니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독특한 입술꽃잎이다. 5~7월에 연한 홍자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으로 피어나며, 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린다. 입술꽃잎 안쪽에는 털이 나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며, 동유럽, 러시아 아무르, 우수리, 사할린, 시베리아, 중국 동북부, 일본 등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난이 사라진다면
각 식물은 서식지의 곤충과의 수분 상호작용 등 생태계 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특정 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경우 해당 종의 기능이 약화되고, 그 영향은 먹이사슬 전반으로 파급되어 결국 생태계 내 생물종 다양성을 저해하며 균형을 파괴한다. 또한 난초류가 지역 화훼산업과 관광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난의 멸종은 지역 경제 하락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난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상 식물을 넘어, 우리 생태계의 소중한 일부다. 한때 무분별한 채취로 위기에 처했던 이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같은 기관의 연구와 복원 활동은 우리가 이 아름다운 생명을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가 난의 아름다움을 '눈으로만' 아끼고 사랑할 때, 이 고귀한 생명은 더욱 풍성하게 꽃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