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신기한 수국 이야기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주예 학생기자 = 여름이면 자주 마주치는 꽃이 있다. 파란색부터 보랏빛, 분홍색까지 다채로운 색을 뽐내며 피어나는 수국이 그 주인공이다. 풍성하고 화려한 꽃송이가 매력적인 수국(Hydrangea)은 그리스어로 ‘물(hydro)’과 ‘그릇(angeion)’의 합성어로 물을 좋아하는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6~7월이 개화 절정기인 수국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토양의 상태와 생태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흥미로운 존재이다.

초안산 수국동산에 핀 다양한 색의 수국들 /사진=이주예 학생기자
초안산 수국동산에 핀 다양한 색의 수국들 /사진=이주예 학생기자

같은 꽃인데 왜 색이 다를까?

수국의 꽃 색은 토양의 산도(pH, 수소이온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색 꽃이 피고, 염기성 토양에서는 분홍색 꽃이 피는데 그 이유는 토양 속 알루미늄 이온의 흡수 여부에 달려 있다.

수국 속에는 델피니딘이라는 안토시아닌 계열의 색소가 들어 있는데, 이 색소는 흙에서 흡수된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할 경우 파란색, 그대로 있으면 붉은색 계열을 띤다. 흙이 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뿌리로 흡수되며 식물 내 색소와 결합해 파란 꽃이 핀다. 반대로 염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흙 속 수산화 이온(OH-)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하면서 흡수되지 못하고 분홍색 꽃이 핀다. 토양이 중성에 가까울 경우 파란색과 붉은색이 섞인 보라색 수국을 볼 수 있다. 같은 수국이라도 토양의 성질에 따라 다른 색의 꽃이 피는 이 현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기함을 안겨준다. 이렇게 꽃 색이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인지, 수국의 꽃말에는 ‘변덕, 변심’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알고 보면 ’가짜 꽃‘이다?

우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수국의 꽃잎은 실제로는 ‘무성화’ 또는 ‘장식화’라 불리는 장식용 구조이다. 특히 산수국은 장식화가 더 진짜 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오해하곤 한다. 무성화는 암술과 수술이 퇴화하여 번식 기능이 없는, 말 그대로 ‘가짜 꽃’이다. 이 구조는 생식 기능을 가지지 않으며, 곤충을 유인하고 시각적으로 식물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크기가 작은 진짜 꽃이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불리한 점을 보완해 주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화려한 꽃 모양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많은 씨앗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식물학적으로 꽃받침이다. 진짜 꽃은 중심부에 작고 소박한 모습으로 숨어있으며, 이 꽃만이 수분을 통해 씨앗을 맺을 수 있다. 특히 풍성한 형태의 수국은 대부분 무성화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로는 열매를 맺고 번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둥글고 풍성한 형태의 수국은 산수국의 가짜 꽃을 중점으로 개량하여 관상용 꽃으로 만든 것이다. 원래는 중심부에만 진짜 꽃이 피고 주변에만 장식화가 있는 구조였지만, 관상용 가치가 높은 장식화를 확대하면서 오늘날처럼 둥글고 풍성한 수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수국의 가짜 꽃 / 사진=이주예 학생기자
수국의 가짜 꽃 / 사진=이주예 학생기자

수국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흔히 수국이라고 하면 둥글고 꽃이 가득한 모습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가장 익숙한 형태의 일반 수국은 꽃잎처럼 보이는 큼지막한 꽃받침이 풍성하게 피어나며 주로 관상용으로 개량된 품종이다. 이와 달리 산수국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수국으로 중심에 작은 진짜 꽃이 피고 가장자리에 장식화가 둘러싸인 형태를 띤다. 떡갈잎수국은 잎이 떡갈나무 잎처럼 갈라진 독특한 특징을 지니며, 단풍까지 든다. 나무처럼 자라는 나무수국은 원뿔형의 흰 꽃이 여름에 피고 가을이면 분홍빛으로 물드는 특성을 가진다. 이 외에도 벽을 타고 자라는 덩굴수국, 거대한 흰색 공 모양의 꽃이 특징인 미국수국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이러한 수국들은 생육 환경, 구조, 개화 시기, 번식 방식 등이 달라 각각의 방식으로 생물 다양성에 기여한다.

수국이 전하는 생물 다양성 이야기

수국은 보기 좋은 꽃에 그치지 않고 자연환경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식물이다. 토양 조건과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곤충과도 상호작용하고, 도시 정원과 공원에서도 널리 재배되며 인간과의 거리도 가까운 식물이다. 벌과 나비 등 다양한 수분 매개 곤충들에게 중요한 식량 자원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품종과 자생종이 공존하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 보전의 가치와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수국은 계절을 알리는 꽃일 뿐 아니라, 생태계와 환경의 신호를 담은 식물이다. 올여름 수국을 마주하게 된다면 예쁘다는 감상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가까운 길 위에서 마주하는 수국은 좋은 여름 나들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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