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만으론 부족, 초기업 교섭 도입 필요
“프랜차이즈·하청·플랫폼 노동자도 보호받아야” 한목소리

불안정 노동이 일상화된 시대, 정책도 구조적 전환 시급”
“교섭 단위를 기업에서 산업으로”··· 구조 재편 요구 봇물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동기본권 확대와 불평등 해소를 본격적으로 다룬 국회 차원의 공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환경일보db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동기본권 확대와 불평등 해소를 본격적으로 다룬 국회 차원의 공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7월1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새 정부 노동정책 무엇을 해야 할까? 노동기본권 확대와 불평등 해소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김태선, 박홍배, 박해철, 이용우, 정혜경 의원 등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과 일하는시민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이번 토론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동기본권 확대와 불평등 해소를 본격적으로 다룬 국회 차원의 공개 정책 논의 자리로, 학계·노동계·정부·시민사회가 참여해 노동정책 전반을 평가하고, 구조적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노사 대표자 간 다층 교섭 제도화해야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으로는 구조적 불평등 해소가 불가능하다”며, “초기업 단위의 교섭 제도 도입 없이는 노동자 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행 제도는 기업 내 사용자와의 교섭만 허용되다 보니, 프랜차이즈나 플랫폼, 하청 등 다층적 고용구조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실질적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독일처럼 산업별·지역별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실효를 거두려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산업별 교섭 구조를 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노사 대표자 간의 다층 교섭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단체교섭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현행 교섭 단위는 지나치게 기업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어 동일 업종, 동일 직무 내에서도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군, 직종군, 업종 단위로 유연하게 교섭 단위를 재편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폐지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교섭의 수직적 단계화와 병렬적 병존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다층적 교섭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사회적 대화기구 역시 노사정위원회를 넘어서 실질적 권한과 실행력을 갖춘 참여 거버넌스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간접고용 노동자 보호 시급”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불안정 노동이 일상이 된 지금, 노조법 개정 논의만으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정부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까지 아우르는 사회안전망과 교섭권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국장은 “산별노조 활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노조법 2·3조 개정만이 아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법·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서명석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과 양현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관은 “노조법 개정과 더불어 산업별 대화 활성화를 위한 정부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노정 간 신뢰 회복을 통해 제도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답했다.

정혜윤 미래연구원장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노동정책을 정쟁의 수단이 아닌 협치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의 독립성과 제도적 권위를 보장해 정책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인이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은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며, “플랫폼·청년·이주노동자 등 소외된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기본권 확대 위한 입법·제도 개혁 시급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법 개정 논의를 넘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교섭 단위 개혁, 사회적 대화기구의 실질적 재편, 플랫폼·간접고용 노동자 보호 확대, 노조법 전반의 구조개선 등 다층적인 노동정책 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노사와 시민사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모았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플랫폼화, 고령화, 비정규직화라는 3중 압력 속에 놓여 있다.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교섭권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률 조항의 수정이 아닌, 제도와 문화의 혁신, 그리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의 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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