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디자인 혁신으로 ‘비배출 미세먼지’ 해결책 찾아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희원

[환경일보] 자동차 배출가스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늘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오염원이 있다. 바로 타이어 마모에서 발생하는 미세 고무 분진이다. 서울의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 가운데 타이어 마모에 의한 분진이 약 3900톤으로,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이는 타이어가 단순한 소모품을 넘어 대기오염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동차가 멈추지 않는 한, 타이어는 계속 닳고 보이지 않는 먼지가 공기 중에 퍼진다.

이러한 고무 분진은 ‘비배출 미세먼지(non-exhaust emissions)’로 분류되며, 흡입 시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토양과 수계에도 축적될 수 있다. 이에 타이어 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트레드(tread)라 불리는 타이어 접지면에 저마찰·고내마모성 복합소재를 적용해 분진은 줄이고, 연비와 내구성은 높이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타이어가 마모되는 이유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가 아니다. 주행 중 도로와의 지속적 마찰, 진동, 압력으로 고무 표면이 미세 입자로 분리된다. 트레드에 쓰이는 고무는 열과 충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므로, 구조적 내구성이 마모 저항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타이어 고무가 다양한 구성 요소로 이뤄진 ‘복합소재(compound)’라는 점이다. 여러 종류의 고무에 충진재(filler)와 가교제를 혼합해 마찰력, 유연성, 내열성 등을 조절한다.

이 복합소재의 성능은 ‘분산성(compatibility)’과 ‘마찰계수(friction coefficient)’ 제어에 달려 있다. 충진재가 고르게 분산될수록 강도와 내마모성이 높아지며, 마찰계수를 조절하면 연비와 접지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단순히 어떤 재료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관건이다.

서울의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 가운데 타이어 마모에 의한 분진이 약 3900톤으로,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사진=환경일보DB
서울의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 가운데 타이어 마모에 의한 분진이 약 3900톤으로,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사진=환경일보DB

고무 소재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충진재다. 기존에는 검은색 탄소 기반의 ‘카본블랙’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보다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왕겨 실리카’가 주목받고 있다.

왕겨는 쌀을 도정한 뒤 남는 껍질을 말하는데, 이를 고온에서 태웠을 때 추출된 고순도의 실리카(Silica)를 고무에 첨가하면 마찰과 마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왕겨 실리카를 적용한 타이어는 연비가 향상되고 고무 수명이 길어지며,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도 줄어든다는 연구 사례 또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실리카는 가볍고 분산성이 우수해, 열 발생을 줄이고 고무의 변형 저항성을 높일수 있다. 이와 함께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왕겨 실리카는 지속가능한 순환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버려지던 쌀겨가 이제는 도로 위를 달리는 친환경 기술로 거듭난 것이다.

타이어 마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소재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타이어 블록모델의 구조를 변화하는 바이오닉 패턴 기술(Bionic Pattern)은 염소 발굽처럼 자연의 구조를 모방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타이어 트레드 표면에 미세한 홈을 새겨 넣어 마찰은 낮추고 접지력은 높였다.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은 10% 이상 향상됐고, 마모량은 감소했다. 신소재 없이도 설계만으로 수명과 환경 영향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가장 바깥에서 도로와 직접 맞닿아 있다. 우리가 달리는 거리만큼 타이어는 닳고, 그만큼 미세한 분진이 보이지 않게 퍼진다. 연기나 냄새가 나지 않기에 쉽게 간과되지만, 이 조용한 오염의 파급력은 작지 않다.

 (a) 생체 모방 타이어 블록 모델, (b) 일반적인 타이어 블록 모델 /자료출처=PubMed
 (a) 생체 모방 타이어 블록 모델, (b) 일반적인 타이어 블록 모델 /자료출처=PubMed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히 타이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해 온 소재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변화는 시작되었다. 쌀겨에서 추출한 실리카, 염소 발굽에서 착안한 트레드 디자인처럼 조용한 오염에 맞서는 조용한 기술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소재를 바꾸고, 구조를 다듬는 일만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제는 타이어를 만들 때,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서 얼마나 적게 남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오염을 줄이는 기술,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희원 huiwon0122@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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