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결함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기업 행동 보여야

[환경일보] 최근 한 유아용 젖병세척기에서 내부 부품 파손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유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사태는 단순한 제품 불량을 넘어 부모들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의 안전과 직결된 제품에서조차 허술한 품질 관리와 더불어 사후 대응에서도 소비자의 권리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됐다. 5mm 이하의 작은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혈류를 통해 장기 곳곳에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영유아는 면역체계와 장기 발달이 완전하지 않아 미세한 독성 물질에도 더 취약하다. 젖병세척기는 아이가 입에 대는 모든 용품을 세척하는 기기다. 그 세척수에 플라스틱 가루가 포함됐다면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기업들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일부 생산분을 특정해 환불·교환을 진행하겠다는 조치는 당연한 일이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사용한 젖병과 치발기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는 “제품 회수 후 증상이 없다고 판단할까 봐 보내지 않겠다”는 불신까지 팽배하다. 단순한 금전적 환불만으로는 이 신뢰의 균열을 메울 수 없다. 기업이 진심으로 책임을 지려면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보상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한 유아용 젖병세척기에서 내부 부품 파손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유입 가능성이 제기돼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한 유아용 젖병세척기에서 내부 부품 파손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유입 가능성이 제기돼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업체들이 내부 부품 결함의 원인과 공급망 관리 문제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품질 관리 부실의 구조적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생산 전 과정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 약속이 없다면 소비자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기업의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의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태는 특정 제품의 결함을 넘어 우리 사회가 기업에 어디까지 책임을 요구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특히 유아용품처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제품이라면, 소비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강력한 권리의 주체다. 기업이 판매와 동시에 그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뿐인 사과문이 아니다. 피해 범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전면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의 재정비, 그리고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이다. 아이의 안전에 대한 부모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기업은 말이 아닌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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