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학계 “환경에너지 활용 법제화 필요”
분산형 에너지 전환 위한 제도 정비 촉구
하수·폐기물·가축분뇨 열 회수 활성화해야
공공시설 활용·에너지 요금 체계 개편 제시

[국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국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하수열·폐기물 열·가축분뇨 등 환경기초시설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에너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 혼선과 전기 중심의 에너지 전략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환경에너지가 부상하면서, 국회와 학계는 이를 분산형 국산 에너지로 정의하고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환경에너지의 전략적 활용과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점차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버려지는 환경에너지,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가?’를 주제로 ‘지속가능한 환경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한국공학한림원, 연세대 BK21 교육연구단이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는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환경에너지의 현실과 과제를 논의했다.

축사에 나선 우원식 국회의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넓어졌지만, 정작 폐기물 에너지 등 미활용 자원 활용은 여전히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축수산 분야에서의 폐기물 초과 배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폐기물을 ‘쓰다 남은 에너지’로 인식하고 자원순환 관점에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각장,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해외 주요 국가들이 이를 탄소중립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프랑스·독일·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미활용 열에너지를 탄소중립으로 가는 효율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정책적 관심과 함께 구체적인 투자 및 연구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 의원은 재생에너지 정책이 정권 변화에 따라 후퇴하면서 탄소중립 목표가 혼선을 빚고 있는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이 분야 전문가로서 정책 실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베트남과 볼리비아 등과의 자원외교 사례를 통해 폐기물 자원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경에너지 기술이 국내 탄소중립은 물론 글로벌 기술외교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물질로 고강도 건축재를 개발한 ODA 사례처럼, 폐기물 활용은 산업적으로도 큰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술적 제안이 국회에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소각장·하수처리장··· 환경기초시설 방치 열에너지는 국가 손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원장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6%에 달하고 자립도는 20% 수준에 머무는 현실을 지적하며, 환경에너지 활용이 국가 안보 차원의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각장,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열 에너지가 방치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삼고, 이를 통해 국부 유출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학한림원은 환경에너지 기술을 일석이조의 해법으로 보고 있다.
윤 원장은 “환경 폐기물로부터 열과 전기를 생산하거나, 미생물 등 친환경적 방법으로 유용 물질을 추출하는 기술은 그 가능성이 이미 입증됐다”며 “이러한 기술과 노력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공학한림원도 관련 연구와 정책 논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향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은 상하수도 처리시설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8~12%를 차지할 수 있다는 국제보고서를 언급하며, 물 관련 시설의 에너지 절감과 회수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그간 하수열, 농어촌 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환경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간과해 왔다고 반성하며, 이를 지속가능한 핵심 자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있어 물 관리 분야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권 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존 자원 의존도를 줄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환경에너지 문제는 국회, 정부, 산업계, 연구계가 함께 풀어야 할 융합적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환경 에너지 포럼 등을 통해 정례적 논의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표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은 물환경 분야에 숨어 있는 에너지 가능성을 강조하며,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산화 에너지가 실질적인 전력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물재생센터는 연간 약 7만TOE의 에너지를 생산해 2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오가스 연료전지 사업을 통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학회는 물의 온도 차, 하수 속 오염물질 활용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에너지 전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하수 속 암모니아를 농축해 수소의 원료로 활용하는 무탄소 에너지 기술은 향후 수소경제와 탄소중립을 잇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며 “환경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가치 있게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물환경학회는 물과 에너지 융합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석완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회장은 유기성 폐기물의 바이오가스 전환 기술과 이를 수소연료로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폐기물은 더 이상 단순 처리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고려한 기술 적용이 필요하며, 재활용 불가능한 가연성 폐기물의 소각도 고효율 회수 시설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폐기물별 맞춤형 기술 적용과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는 “폐기물에서 얻는 에너지가 탄소중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오히려 탄소를 감축하는 negative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소각시설은 대규모로 구축하고, 에너지 회수율 80% 이상과 CO₂ 포집 기술(CCUS) 적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환경에너지 포럼과 같은 정례적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산·학·정, 재생에너지 공백 메울 ‘미활용 자원’ 정책화 요구

윤제용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이해’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환경에너지의 정책적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전략이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자원 활용 구조를 바꾸는 전환 전략임을 강조했다. 특히 전기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만 집중할 경우, 전기화되지 않는 난방, 산업용 열, 수송 연료 부문 등에서 상당한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폐기물 열, 하수열, 바이오가스 등 환경에너지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 신재생, 환경에너지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전기 이외의 비전기 분야에 대한 접근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책적으로도 에너지 전환이 단지 설비 보급이 아닌,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또한 환경에너지가 가진 분산형, 국산 자원, 기저부하 대응 가능성이라는 특성을 언급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재정의하고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하수의 새로운 관점: 데이터센터와 하수열’을 주제로 발표하며, 하수열을 단순한 폐열이 아닌 유용한 에너지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ICT 산업의 중심인 데이터센터의 냉각 수요와 결합 가능성에 주목했다. 송 연구원은 서울시 일부 하수처리장에서 이미 하수열을 냉난방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이 모델을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며, 냉방에 막대한 전기를 소비한다”며 “하수열을 활용하면 냉난방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하수 인프라와의 연계성이 높다”며 “환경부와 산업부 간 정책 연계를 통해 하수열 활용을 제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송 연구원은 실증 기반의 기술 검증과 함께 에너지 요금 체계 등 제도적 장애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신승욱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관점의 농어촌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농촌 지역의 에너지 분산형 모델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농어촌이 넓은 부지와 저밀도 인구 구조, 그리고 풍부한 유기성 자원을 바탕으로 분산형 에너지 생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 지역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가축분뇨, 음식물류 폐기물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화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짚었다.
신 연구원은 “농촌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일원화된 자립형 구조를 만들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지자체와 연계해 에너지 자립마을을 구축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적으로는 이미 준비돼 있으나, 관련 제도와 재정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에너지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농어촌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정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