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 일상화, 실천 중심 기후적응 전략 필요한 때

[환경일보] 지난 7월, 한반도는 말 그대로 기후와의 전쟁을 치렀다. 초반에는 이른 폭염이, 중순엔 기록적 집중호우가, 하순엔 다시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며 한 달 내내 극단적인 기후변동성에 시달렸다. 기상청이 8월 초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재난은 단일 현상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복합기상이며, 기후위기의 실체가 더는 예고가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일상의 위협으로 자리 잡은 지금,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후적응은 단순한 기술이나 환경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지역사회 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의 규모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최근 열린 KEI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후적응 정책의 효과성과 실행 전략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은 국가적응계획(NAP)을 통해 성과지표 기반의 평가 시스템을 점차 정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독일, 캐나다 등은 정책 설계와 실행을 데이터와 주민 참여를 축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는 기후적응을 정부 차원의 과제로만 다루지 않고, 일상의 공간과 공동체 기반의 회복력 구축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폭우로 잠긴 한강 밤섬 /사진=환경일보DB
폭우로 잠긴 한강 밤섬 /사진=환경일보DB

기후적응은 단일 부처의 사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 과제다. 농업, 보건, 재난안전, 도시계획,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기술과 제도, 재정, 시민의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예측 불가능성을 동반한다. 그럴수록 더욱 명확한 원칙과 측정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략은 지역의 목소리, 현장의 데이터, 시민의 실천과 함께 이끌어야 한다. 한국이 추진 중인 법제화된 적응정책과 지역 기반의 실천 사례는 그 자체로 국제사회와의 연계에서 의미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환경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재명 정부의 환경 정책이 이전 정부와는 어떤 궤도를 달리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단순한 정책 연속성을 넘어, 기후위기를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전략적 부처로 환경부가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기후적응은 나중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지금부터 축적해야 할 사회적 학습이며, 기후위기에 맞서는 가장 현실적인 정치이자 정책이다. 회복력 있는 사회는 피해를 견디는 사회가 아니라, 위험을 예측하고 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다. 그 설계가 지금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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