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위로와 취향소비를 동시에,
반려식물 열풍의 중심엔 MZ세대가 있다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나무 학생기자 = 최근 반려식물을 키우는 MZ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식물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 ‘식집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초록 식물을 곁에 두는 일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심리적 위안을 주는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성장하는 식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풀멍’과 ‘식멍’은 이제 새로운 힐링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반려식물 키우는 연령대 ‘MZ세대 열풍’
농촌진흥청이 2023년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가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전국 인구로 환산하면 약 1,745만 명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30대 이하 비율이 37.2%로, 60대 이상(34.6%)보다 높게 나타났다.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이제 청년 세대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반려식물클리닉’의 이용자 대부분이 20~30대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식물을 통해 삶의 균형과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의 태도를 반영한다.
반려식물 인기 이유
MZ세대가 반려식물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고,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만족을 준다는 점 때문이다.
식물을 두는 공간은 원룸 창가, 베란다, 책상 위 등 다양하다. SNS를 통해 식물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식물 일기’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내 공간을 가꾸고 싶다’, ‘지친 하루 끝에 위로받고 싶다’는 감정이 식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다.
식물이 주는 심리적 변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MZ세대가 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식물의 생김새나 인테리어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식물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로, 말은 없지만 생명력을 통해 감정을 건넨다.
농촌진흥청이 2023년 소비자 8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분명히 나타났다. 응답자의 55%가 반려식물을 기르는 이유로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꼽았으며, 식물 기르기가 정서적 안정(77%), 행복감 증가(73%), 우울감 감소(68%)에 효과가 있다는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식물의 변화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같은 조사에서 ‘내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높았으며,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식물은 단순히 기르는 대상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투영하고 돌볼 수 있는 ‘정서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초록빛 잎을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풀멍’, 식물과 함께 멍하니 있는 ‘식멍’ 같은 신조어는 MZ세대가 식물과의 교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반려식물은 무엇일까? [아프리카 식물 열풍]
MZ세대는 ‘작고 아담하면서도 관리가 쉬운, 하지만 개성은 뚜렷한 식물’을 선호한다. 이들은 화려하거나 고가의 식물보다는 ‘나만의 작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독특한 식물에 끌린다.
특히 최근에는 아프리카 원산의 ‘괴근식물’이 인기다. 이 식물들은 줄기·뿌리가 통통하게 팽창된 독특한 생김새와 함께,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관리 용이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핑크 글로보섬은 식물계의 ‘샤인머스켓 탕후루’로 불리는 귀여운 외모가 특징이다. 잎이 질 때 핑크빛으로 물들며, 물이 부족하면 잎이 쪼그라들고, 수분을 공급하면 통통해진다.
아펜디쿨라텀은 잎이 축 처지면 물을 주라는 신호로 물을 흠뻑 주면 다시 반듯하게 살아나는 모습이 마치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기분을 준다.
수베로사는 줄기가 성장하면서 주변을 칭칭 감으며 자라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큰 잎과 풍성한 외관으로 ‘공간을 채워주는’ 효과도 뛰어나다.
이들 식물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일대에서 유래한 종으로, 관리가 쉽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따라서 1인가구, 원룸 거주자가 많은 MZ세대에게 제격이다.
MZ세대는 단지 식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정돈해간다. '초록 친구'를 통해 세상과 조금은 느슨하게 연결되고 싶은 이들에게, 반려식물은 새로운 일상과 위로의 출구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