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이 '인공습지'를 서식지로 선택한 이유는?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윤다인 학생기자 =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과 삵이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이 자연보호구역이 아닌, 인간이 조성한 ‘인공습지’인 안산 갈대습지를 서식지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만든 자연, 안산 갈대습지
안산 갈대습지는 2000년대 초반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도시 개발로 인해 파괴된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은 수질 정화와 생물 서식지 기능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 생태공간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단순한 환경 시설을 넘어 다양한 생명이 숨 쉬는 살아 있는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생명이 응답했다 , 멸종위기종의 등장
안산 환경재단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 도심 지역의 CCTV 영상과 체계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과 삵의 귀중한 서식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달은 최상급 수질 환경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야행성 포유류로, 이 지역에서 그들의 존재가 발견된 것은 생태계 건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삵은 국내 2급 멸종위기종으로 조용하고 풍부한 먹이원이 있는 환경에서만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저어새, 흰죽지, 맹꽁이 등 다양한 생물종들이 이 지역에 성공적으로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자연을 닮은 설계, 자연을 부른 결과
안산 갈대습지의 생물 다양성을 고려한 설계는 복층형 수로, 인공섬, 야생동물 통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 설계는 도심 속 ‘틈’을 만들어 생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의 계획이 자연에게 다시 기회를 준 사례로, 도시와 생태계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보전이 아닌, 도시 인프라 속 생물다양성 복원의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생태교육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지속 가능한 인공 자연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삵이 걷고, 수달이 헤엄치는 도시 속 인공습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자연이란, 꼭 원래부터 자연이었던 곳에만 존재해야 할까?"
도시와 생태계의 공존 가능성
안산 갈대습지의 생명들은 그 질문에 이미 답을 내놓았다. 비록 인간이 만든 공간이지만, 지금은 수많은 생명이 터전을 삼은 온전한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복원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삵과 수달의 출현은 인공습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태 회복의 생생한 증거이며, 도시 공간에서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안산 갈대습지는 이제 평범한 환경 시설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태계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델로, 향후 다른 지역에 적용 가능한 혁신적 생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조성한 공간에서도 자연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으며, 그 회복의 핵심은 자연을 향한 진심 어린 존중과 세심한 배려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연이란, 꼭 원래부터 자연이었던 곳에만 존재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안산 갈대습지의 생명들이 이미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