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터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성희 학생기자 = 도심 한가운데에 마치 영화 속 숲길에 온 듯 많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곳은 바로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 1가 뚝섬 일대에 조성된 서울숲 ‘나비 정원’이다. 나비 정원이 위치한 곳은 1971년부터 정수장으로 사용되던 장소로, 2005년 서울숲 조성 당시 정수장 구조체 일부를 남겨 쉼터로 이용되었다. 이후 도시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진 나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쉼터를 변화시켜 2009년 5월 25일 나비 정원이 조성되었다.

소규모로 운영되었던 나비 정원은 이용자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2013년 5월 24일 크기를 확장하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현재 나비 정원은 다양한 나비를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 되어 생태 체험 학습을 위한 어린이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과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나비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나비는 산제비나비, 제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호랑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배추흰나비, 큰줄흰나비, 남방노랑나비, 노랑나비, 끝검은왕나비, 별선두리왕나비, 남방오색나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계절마다 활동하는 나비들이 다르므로 계절에 따라 다른 나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비의 생리 과정 및 특징
나비는 완전변태를 하는 대표적인 곤충 중 하나이다. 성장 과정에서 몸 체제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변태(metamorphosis)라고 말하는데, 유충과 성충 간 형태적 변화가 발생해 생태적 지위 차이를 형성하는 것을 완전변태라고 한다.
나비는 완전변태를 통해 유충과 성충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먹이를 섭취하므로 먹이 경쟁 없이 효율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나비의 생리 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눠진다. 초기 발생은 알에서 유충이 껍질을 뚫고 나오며 이루어진다. 유충은 일련의 시기를 거쳐 성장한 후, 분화가 이루어지는 번데기 상태에 들어간다. 번데기 상태에서는 따로 섭식이 이뤄지지 않는다.
번데기를 탈피하고 나온 성충은 유충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며, 성충 상태에서 생식이 이루어진다. 성충이 되면 더 이상 탈피를 하지 않으며, 보통 우리가 표현하는 나비는 성충을 의미한다. 완전변태로 인해 유충과 성충이 섭취하는 먹이가 달라지므로 나비가 섭취하는 식물을 기주식물과 흡밀식물로 나누고 있다.
기주식물이란 애벌레(나비 유충)가 섭취하는 식물을 뜻하며. 먹이식물 혹은 식초식물로도 부른다. 식물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나비 유충마다 이겨낼 수 있는 화학물질이 다르므로 유충의 종류에 따라 섭취하는 기주식물이 다르다.

흡밀식물은 나비 성충이 꿀을 빨아 섭취하는 식물(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나비가 앉아있는 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꽃이 피어있는 장소와 꽃의 색, 냄새, 꿀의 분비시간 등에 따라 나비마다 선호하는 흡밀식물이 다르다. 대표적인 흡밀식물에는 란타나, 유채꽃, 카랑코에, 부들레이아 등이 있다.

나비는 절지동물 중 육각아문의 곤충강 나비목에 속한다. 단지형의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몸이 체절화되어 있다. 체절화된 몸은 기능에 따라 3개의 합체절인 두부, 흉부, 복부로 나누어진다. 유충의 구기(입)는 식물의 잎을 섭식하기 위해 저작형을 띠고, 복부에 뭉뚝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번데기 시기에 들어가기 위해 고치를 틀 때 사용하는 견사샘을 가진다.
성충의 입은 꽃의 꿀을 빨아 섭취하기 위해 빨대 모양을 띤다. 성충의 입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코일처럼 감겨서 존재한다. 성충은 미세한 비늘로 덮인 날개를 가지고, 앞날개와 뒷날개는 몸에 연결된 형태를 띤다. 비행을 안 할 때는 날개를 뒤로 접을 수 있다.
날개짓은 근수축과 신경자극이 일대일로 일치하며 일어난다. 동기식(연속적) 근수축을 통해 한 번의 신경 충격이 근수축을 자극하여 한 번의 날개짓을 일으키게 된다. 나비는 초당 4회 정도의 속도로 날개짓을 하며 비행할 수 있다.
나비 정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나비들
7월에 나비 정원을 방문했을 당시 별선두리왕나비, 호랑나비, 남방오색나비, 배추흰나비, 남방노랑나비 등을 흔히 관찰할 수 있었다.
별선두리왕나비는 나비목 호랑나비상과의 왕나비아과에 속한다. 제왕나비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주홍빛의 날개에 검은 무늬가 섞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 언뜻 보면 호랑이의 줄무늬가 연상된다. 날개의 가장자리에는 흰색의 점박이 무늬가 다수 발견된다. 한국에서는 미접(길 잃은 나비)로 분류되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정착하여 살아가기 시작했다. 날개 편의 길이는 75mm 내외이다. 현재 인도와 아프리카, 아시아에 널리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랑나비는 나비목 호랑나비상과의 호랑나비아과에 속한다.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수가 많은 나비이다. 3월말부터 11월에 걸쳐 연 2-3회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연노란색의 날개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날개 하단에는 붉은 무늬와 파란 무늬가 섞인 부분이 존재한다. 대체로 암컷이 수컷보다 큰 편이고, 날개를 폈을 때의 크기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경우 여름에 발생하는 개체의 날개가 더 큰 편이다. 날개 편의 길이를 보면, 봄에는 대략 56-66mm 정도이고, 여름에는 대략 75-97mm 정도이다. 유충이 섭취하는 기주식물에는 황벽나무, 산초나무, 귤나무, 탱자나무 등이 있다.

남방오색나비는 나비목 호랑나비상과의 네발나비아과에 속한다. 날개는 전체적으로 흑갈색을 띠고 있으며, 가장자리에 흰 띠와 다수의 흰 점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머리쪽에 근접한 날개의 상단에는 푸른색의 점무늬가 관찰되기도 하고, 날개 앞날개 앞면 상단부에 푸른색의 띠무늬가 관찰되기도 한다. 한반도에서는 미접으로 취급되며, 개체 수가 적다. 남부 지방에서 먼저 발견되기 시작했다. 날개편의 길이는 84-87mm 정도이고, 호랑나비처럼 암컷의 크기가 수컷보다 큰 편이다. 유충이 섭취하는 기주식물에는 고구마 등이 있다.

배추흰나비는 나비목 호랑나비상과의 흰니비과에 속한다. 길고 뾰족한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날개는 백색의 바탕에 앞날개 앞쪽에 검은 반점이 2개 존재하고, 뒷날개에 검은 반점이 1개 존재한다. 날개편의 길이는 39-52mm 정도이다. 수컷이 암컷보다 몸이 가늘고 날개가 좀 더 백색이다. 유충 시기에는 농작물의 잎을 갉아 먹어 해충으로 분류되지만, 성충이 되면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어 익충으로 분류된다. 3월 중순부터 11월에 걸쳐 1년에 3-4회 발생한다. 유충이 섭취하는 기주식물에는 배추, 케일, 양배추 등이 있다. 현재 배추흰나비는 기후가 척박한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방노랑나비는 나비목 흰나비과에 속한다. 날개는 전체적으로 노란색이고, 가장자리에 검은색을 띠는 부분이 존재한다. 봄형은 검은색 바깥 테두리 부분이 줄어 앞날개의 끝부분에만 보이고, 여름형은 검은색 바깥 테두리가 비교적 넓게 보인다. 날개의 뒷면에는 연한 갈색의 작은 점들이 산발적으로 분포해 있다. 날개편 길이는 40mm 내외이고, 앞날개 길이는 17-27mm 정도이다. 배추흰나비처럼 수컷의 날개 색이 암컷보다 더 옅은 편이다. 유충이 섭취하는 기주식물에는 비수리, 자귀나무 등이 있다. 현재 남방노랑나비는 한국, 일본, 중국, 아프리카 등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비를 초대하기 위한 날개짓
예로부터 나비는 한국의 전통 공예품 생산이나 문학 창작에 자주 이용될 정도로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만큼 과거에는 일상생활 중 나비를 흔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현재 나비의 모습은 쉬이 찾아보기 힘들다.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뿌려졌던 살충제와 나비의 서식지 축소로 인해 이 현상은 더욱 악화되었다. 특히나 도시에서는 나비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나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나비와 동고동락했던 꽃식물의 번식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또한, 나비를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과 곤충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균형이 깨지면,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물로서 그 후폭풍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자연의 평안함에 대한 책임은 예상보다 무거울지도 모른다.
한편, 나비정원이 꾸린 도시 속 작은 보금자리에는 많은 나비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비정원보다 훨씬 큰 도시의 길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비들이 작은 보금자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그들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작은 터전을 마련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나비의 터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서울숲 나비정원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처한 위기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과한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도시의 땅 곳곳에 나비의 선호식물을 심어 나비 서식지를 늘려나가면 나비정원을 도시의 길거리로 확장할 수 있다.
특수한 환경에서 보존되어야만 관찰할 수 있는 희귀 자원이 아니라 평범한 길가를 걷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로서 나비를 도시에 초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힘과 시민들의 힘을 합친 날개짓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