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세계 코끼리의 날 맞아 멸종 위기 실태 및 생태적 가치 조명
코끼리, 씨앗 확산과 숲 건강 회복 통해 기후위기 대응 기여

가뭄 기간에 나무를 먹고 있는 코끼리 /사진제공=WWF-US, Bruce D. Taubert
가뭄 기간에 나무를 먹고 있는 코끼리 /사진제공=WWF-US, Bruce D. Taubert

[환경일보] 매년 8월 12일은 ‘세계 코끼리의 날(World Elephant Day)’이다. 코끼리 보호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정된 이 날,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의 숨은 해결사로 주목받는 코끼리의 생태적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 있다.

현재 지구에는 아시아코끼리, 사바나코끼리, 둥근귀코끼리 등 3종의 코끼리가 존재하며, 이들은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을 바탕으로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이들은 단순한 대형 포유류가 아니라, 숲과 초원의 생태계를 유지·복원하는 ‘생태계 공학자(Ecosystem Engineer)’로 기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코끼리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는 모든 코끼리 종이 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둥근귀코끼리는 지난 10년간 개체 수가 약 80%나 급감해 ‘위급(CR)’ 단계로 분류된다. 보르네오 아시아코끼리도 급속한 벌목과 서식지 파괴로 약 1,000마리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멸종위기(EN)’ 단계에 처해 있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이들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카방고-잠베지 통합보전지구(KAZA)’에서는 5개국이 협력해 코끼리 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반밀렵 기술을 교육하고 있으며, MIKE 프로그램을 통해 불법 상아 거래 추적과 밀렵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코끼리는 하루 150kg 이상의 식물을 섭취하며 나무를 꺾고 가지를 벗기는 과정에서 식물 밀도를 조절하고, 대형 나무의 성장을 유도한다. 특히 대형 수종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어, 코끼리의 먹이활동은 탄소 포집 능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씨앗을 배설물과 함께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역할도 수행해 숲의 재생을 돕는다.

보츠나와 초베 국립공원에서 죽은 코끼리를 애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Martin Harvey, WWF
보츠나와 초베 국립공원에서 죽은 코끼리를 애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Martin Harvey, WWF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 한 마리는 최대 250에이커(약 100만㎡)에 달하는 숲의 탄소 흡수력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약 2000대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수준이다. 특히 고탄소 저장 생태계인 열대림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코끼리의 감소는 곧 숲의 균형 붕괴와 기후위기 대응력 약화를 의미한다.

생물학적 가치 외에도 코끼리는 정서적·사회적 유대가 깊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모계 중심의 가족 단위로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고, 새끼 코끼리는 무리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코끼리는 놀이, 협력, 보호뿐 아니라 죽은 무리 구성원을 애도하는 장면도 자주 관찰된다. 이 같은 행동은 인간과 유사한 감정 표현과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WWF는 코끼리 보전이 단순한 종 보호를 넘어, 지구 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정부와 지역사회, 시민들이 힘을 모아 서식지 보호와 불법 밀렵 근절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사람과 코끼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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