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사진제공=국립수목원
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사진제공=국립수목원

[환경일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 과제이다. 특히 식물다양성의 감소는 생태계의 균형뿐 아니라 식량, 의약, 에너지 등 인류가 의존하는 모든 자원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이다. 식물은 지구 생명 그물망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기후 완화와 적응, 생태계서비스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다. 그러나 서식지 파괴, 외래종 침입, 도시화,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압력 속에서 식물 절멸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는 2002년 ‘지구식물보전전략(GSPC)’을 채택했다. 그리고 금년 6월에 발표된 GSPC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와 체계를 맞춘 23개 전략, 41개의 자발적 보완행동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국가차원의 전략이행을 넘어 이해관계자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실행 틀로 실질적인 식물보전을 지향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연계해 2008년 ‘한국식물보전전략’을 최초 수립했고, 이번에 수립된 한국식물보전전략은 2007년 최초 수립 이후 세 번째로 GSPC 수립 또는 변경 시 전략체계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도록 해 식물보전전략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식물보전전략 2030’은 기존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제 전략과 국내 현실에 맞춘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3대 전략 목표와 21개의 세부 과제를 중심으로, 식물다양성의 보전·복원, 지속가능한 이용, 정보와 지식의 확보·공유, 교육과 참여 확대, 정책 기반 강화라는 다섯 가지 핵심 축을 설정했다. 이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과의 통합적 이행을 전제로 하며, 중앙정부뿐 아니라 국·공·사립 수목원 및 식물원,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2030 전략에서는 기존에 비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략에서 행동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한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각 주체가 자율적으로 실행계획을 마련·이행하며, 현장의 성과를 축적·확산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또한 전통지식 존중, 성평등적 접근, 포용성과 형평성 확보 등 사회적 가치도 전략의 핵심 원칙으로 반영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식물 보전은 곧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식물을 지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며,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문제이다. 한국식물보전전략 2030이 정책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행동 지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전략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행동이다. 이제, 행동할 시간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