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출 증가, 2030 목표 적신호··· 구조적 전환 절실

[환경일보] 2024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전년 대비 2% 줄었다. 숫자만 보면 성과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6억9158만톤에 이른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 배출은 오히려 늘었고,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원단위까지 악화됐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현실적으로 요원하다.

산업 부문은 2억8000만 톤 가까운 배출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경기 회복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저감기술 도입과 원단위 개선은 뒷전이었다. 석유화학 업종은 생산량 6.3% 증가에 따라 배출도 4.4% 늘었고, 정유 업종 역시 배출량이 6.1%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업황 변동이 아니라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을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전년 대비 2% 감소했지만 산업 부문 배출은 오히려 늘었고,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원단위까지 악화됐다.  /사진=환경일보DB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전년 대비 2% 감소했지만 산업 부문 배출은 오히려 늘었고,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원단위까지 악화됐다.  /사진=환경일보DB

정부의 대책도 구조적 전환을 이끌기엔 부족하다. 전환 부문에서 석탄발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덕분에 배출이 줄었지만, 이는 에너지 믹스 변화 덕분일 뿐 산업 현장의 근본적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건물 부문은 도시가스 소비가 줄었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되레 늘었다. 수송 부문은 전기·수소차 보급 둔화로 발이 묶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도적 노력과 실제 배출 추세가 따로 노는 모순이 여실히 드러난다.

2030년까지는 지금보다 매년 3.6% 이상을 줄여야 한다. 총 2억200만 톤의 추가 감축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국제감축, 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불확실성이 큰 수단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결국 산업 구조의 저탄소 전환, 건물·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 없이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정책의 영역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유럽연합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국제 규제가 본격화되면, 산업계의 무책임한 대응은 곧 수출 주력 산업의 치명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의 자발적 책임 강화, 정부의 강력한 제도 설계와 지원, 시민사회의 감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수치상 ‘감소’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산업 부문 배출 증가라는 경고음을 직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적 생존 과제로 삼아야 한다. 남은 5년은 단순한 관리의 시간이 아니라, 근본적 전환을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