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물 위기 시나리오 경고··· 댐·하천 대응 한계 지적
“침수위험지도, AI 예측, 워터 믹스로 관리 체계 갖춰야”

지난 8월 28일 한국환경연구원이 주최한 ‘2025 KEI 물 심포지엄’에서는 통합 물 관리 성과와 홍수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 8월 28일 한국환경연구원이 주최한 ‘2025 KEI 물 심포지엄’에서는 통합 물 관리 성과와 홍수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 8월 28일 한국환경연구원(KEI)가 주최하고 환경부가 후원하는 ‘2025 KEI 물 심포지엄’이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자연의 회복력과 인간의 지혜를 활용한 물 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통합 물 관리의 성과와 빈틈을 함께 점검하고, 극단적 홍수에 대비한 국가와 지역의 실행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후위기로 홍수와 가뭄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정부와 학계는 대규모 구조물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예측과 경보, 업무 연속성, 수자원 포트폴리오 전환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상수도 누수와 수요 관리, 수원 다변화, 레이더 기반 강우 관측망 강화, 거버넌스 정비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

김홍균 KEI 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일상화된 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물 관리와 AI 예측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김홍균 KEI 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일상화된 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 물 관리와 AI 예측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김홍균 KEI 원장은 개회사에서 “올여름 폭염과 홍수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보여줬고, 이는 곧 물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물 위기는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현상으로, 강도와 기간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통합 물 관리와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력을 결합해 실행 가능한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치로 드러낸 수도권의 위험

강형식 KEI 본부장은 수도권 침수 시 대규모 피해를 경고하며, 인프라 보호와 침수위험지도 활용 등 법·제도 기반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강형식 KEI 본부장은 수도권 침수 시 대규모 피해를 경고하며, 인프라 보호와 침수위험지도 활용 등 법·제도 기반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강형식 KEI 국토환경연구본부장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단 강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체 면적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침수 비율은 29.6%지만, 침수가 가능한 시가지·농경지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42%, 경기 32.2%, 인천 49.3%로 크게 높아진다. 이 경우 사망 약 4000명, 이재민 220만 명, 건물 36만 동, 차량 241만 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직접 피해액은 46조에서 57조원(명목 GDP 약 2.4%)으로 추정되며, 간접·2차 피해는 제외된 수치다.

강 본부장은 구조물 중심 저감의 한계를 전제로, 병원·상하수도·전력·통신 등 핵심 인프라가 침수 시에도 최소 기능을 유지하도록 업무 연속성 계획(BCP)을 법과 지원체계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침수위험지도를 공개·활용하면 평균 1시간 더 빠른 대피와 1.5배 높은 안전지대 이동으로 이어진다며, 최대 홍수 정의, 침수 지속시간 등을 관련 법령에 반영할 필요성을 짚었다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한 예측과 경보

이정용 환경부 물정책총괄과장은 대형 구조물 중심 대응은 시간·비용 제약으로 단기간 위험 저감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I 기반 홍수예보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가동했고, 국가·지방하천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 방류와 수위 변화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하천 주변 CCTV는 2000대 이상, 이 중 AI CCTV는 약 1000대로 출입·위험 징후를 자동 감지해 조기 대피를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서울은 도시침수방지법(2023년 4월 시행)을 기반으로 광화문·강남역·도림천 빗물터널·방수로 사업을 병행 중이며, 완공 목표는 2028~2029년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2022년 하천관리 일원화 이후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10년 계획, 5년 주기 타당성 재검토) 체계를 운용 중이라며, 물관리위원회 기능 강화와 부문 간 논의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반복 갱신으로 유지하는 물 안전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은 물 자원의 다변화와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 전략 갱신 주기 단축을 통해 기후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은 물 자원의 다변화와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 전략 갱신 주기 단축을 통해 기후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한혜진 KEI 선임연구위원은 댐·하천·저수지·지하수·재이용수·해수담수·수요관리를 조합하는 워터 믹스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력 수급 기본계획이 장기(약 15년)를 보되 2년 단위로 수립되는 점을 들며, 물 분야도 변동성에 대응해 전략 갱신 주기를 짧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수도기본계획은 10년 계획·5년 타당성 재검토로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역별 수문 조건·산업 구조·인구 분포를 반영해 유역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정량 목표와 성과지표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원 다각화, 물순환 촉진 등 복합사업, 민관·기업의 책임 있는 참여로 용수 자립률 제고, 글로벌 확산 중인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프로젝트와 같은 흐름도 언급하며 “같은 이익이라면 위험을 낮추는 포트폴리오가 더 낫다. 워터 믹스를 제도화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해 기후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계 인정하고, 대응 앞당기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물 위기 대응을 위해 공급원 분산, 정밀 관측 기반 조기경보, 제도 개선, 통합 물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물 위기 대응을 위해 공급원 분산, 정밀 관측 기반 조기경보, 제도 개선, 통합 물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위험을 정확히 감지하고 대응 체계를 미리 갖추며, 공급원을 분산하고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보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권지향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해안권 공업지대의 해수담수 도입 비중을 15~20%로 정량화해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을 함께 관리하기 위해 누수 저감과 관망 관리가 기본이며, 만성 가뭄 지역은 취수원을 한 곳에 두지 않고 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명수 먹는물네트워크 이사는 강릉 사례를 들어, “구조물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간은 한계를 인정하고 조기 경보와 대응 역량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권의 고해상도 레이더 인프라를 안전 인프라로 간주해 안정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한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장은 “예·경보의 성패가 정밀한 강우 관측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창희 명지대 교수는 “통합 물 관리가 정책·계획·사업 단계에서 실제로 통합되도록 물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 KEI 물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2025 KEI 물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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