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열대야 46일 사상 최다, 강원영동은 역대 최저 강수량
짧은 장마, 이른 무더위 시작··· 기후변화가 촉발한 재난성 날씨

[환경일보] 올여름은 시작부터 달랐다. 6월 중순부터 무더위가 시작돼 8월 말까지 이어졌고, 짧은 장마 후엔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번갈아 발생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철(6~8월) 기후 특성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극심한 기후 양극화와 기후변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지난해보다 0.1도 높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년보다 무려 2.0도 높은 수치다. 특히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며 이른 더위가 나타났고, 늦더위까지 지속되면서 사실상 3개월 내내 폭염이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열대야 일수가 무려 46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열대야는 평균 15.5일로 평년 대비 9일 많았고, 부산·인천·강릉·속초·청주 등 주요 도시들에서도 열대야 기록이 경신됐다. 광주·대전·부산 등 21개 지점에서는 6월 중순부터 열대야가 시작돼 ‘가장 이른 열대야’라는 불명예 기록도 동시에 썼다.
폭염도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고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구미·전주·강릉 등 20개 지역에서는 폭염일수가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심지어 대관령에서는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했다.
기온 상승의 주된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조기 확장과 대기 상층의 정체된 고기압 구조(CGT), 여기에 7월 하순 이후부터는 티베트고기압까지 더해지면서 기온 상승이 가속화됐다. 이와 함께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 강화, 북태평양 해수면온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강수는 불균형하게 나타났다. 여름철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었고, 강수량도 619.7mm로 평년 대비 85.1% 수준에 그쳤다. 특히 강원영동은 232.5mm로 평년의 34.2%에 불과했고, 강수일수도 24.7일에 그치며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태백산맥의 지형적 특성과 여름철 남서풍 우세로 인해 동풍이 불지 않은 결과로 분석된다.
짧아진 장마 역시 특징적이다. 제주도는 6월 12일, 중부·남부지방은 6월 19일 장마가 시작됐으나, 각각 6월 26일과 7월 1일에 종료되며 장마 기간이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중부지방도 7월 20일 장마가 끝났으며, 전체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장마가 짧았지만, 호우는 집중됐다. 7월 중순과 8월 초에는 전국적으로 1시간당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하며 극값을 경신했다. 7월 16일부터 20일 사이에는 전국에 200~700mm의 많은 비가 쏟아졌고, 8월 초순과 중순에도 저기압과 정체전선 영향으로 남부와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나타났다. 특히 8월 3일 전남 무안·함평, 13일 수도권 북서부는 단시간 강우량이 100mm를 넘었다.
해수면온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여름철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온도는 23.8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7월과 8월에는 각각 24.6도, 27.5도로 평년보다 크게 높았다. 서해, 동해, 남해 모두 평년보다 0.4도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장기간 지속되며, 폭염과 호우, 가뭄 등 복합적인 기상재해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돼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기후변화로 기상재해 양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정밀한 분석과 신속한 정보 제공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