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전체의 순환과 생명, 기후 지켜내는 핵심 장치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하연 학생기자 = 밀물이 빠져 드러난 회색 땅. 사람들은 흔히 ‘진흙밭’이라 부르며 무심히 지나치지만, 그 땅은 단순한 흙이 아니다. 바다와 육지, 하늘을 잇는 경계에서 수많은 생명을 길러내고, 바다의 균형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심장, 그것이 갯벌이다.

“바다의 심장”이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돌려 생명을 유지하듯, 갯벌은 바다 전체의 순환과 생명, 그리고 기후를 지켜내는 핵심 장치다.

갯벌 /사진제공=인천환경운동연합
갯벌 /사진제공=인천환경운동연합

 

바다의 정수기

 

갯벌은 살아 있는 정화기다. 바지락, 굴, 동죽 같은 조개류는 하루 종일 바닷물을 빨아들이며 미세 먹이를 섭취한다. 이 과정에서 부유물과 오염물질까지 함께 걸러내 바다를 맑게 유지한다. 1㎡의 갯벌이 하루에 정화하는 바닷물은 수천 리터에 달한다. 겉보기엔 단순한 진흙이지만, 그 속은 바다를 지탱하는 정화 장치다.

철새의 식탁, 지구적 연결망

갯벌은 저서생물만의 공간이 아니다. 갯지렁이와 조개는 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 같은 철새들의 주요 먹이가 되고, 이 철새들은 다시 전 지구적 생태계의 일부가 된다.

특히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를 따라 매년 5천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이동하는데, 한국 서해안 갯벌은 그 중에서도 핵심 중간 기착지다. 조사에 따르면 봄철에만 약 23만~27만 마리, 가을철에는 12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이곳에 머문다. 이처럼 한국 갯벌은 개별 지역을 넘어, 세계 생물다양성 보전에 필수적인 연결망이다.

바다의 숲, 블루카본

갯벌은 기후위기와도 맞서 싸운다. 미세조류와 해초가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뒤에는 퇴적층에 쌓여 수백 년간 갇힌다. UNEP에 따르면 연안 습지는 단위 면적당 산림보다 3~5배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최근 연구는 갯벌의 저서 미세조류에 주목한다. 이 작은 생물들이 흡수한 탄소는 죽은 뒤 퇴적층에 쌓이며, 자연스러운 ‘탄소 격리 저장고’를 형성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 갯벌은 매년 26만~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서해 갯벌은 북해 연안보다 두 배 높은 일차 생산력을 기록했으며, 이는 우리 갯벌이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탄소 흡수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작은 미생물이 쌓아올린 갯벌은, 인류가 의지할 수 있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다.

사라지는 바다의 심장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의 갯벌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산업화 시기의 대규모 간척 사업이 많은 갯벌을 매립했고, 남은 갯벌마저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다.

갯벌이 무너진다는 것은 단순히 땅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바다의 정화 능력, 철새들의 쉼터, 탄소 저장소—바다의 심장이 하나씩 멎어가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선택

갯벌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바다를 맑게 하고 생명을 길러내며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키는 심장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청소년 세대에게 갯벌 보전은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조건이다. 작은 체험 활동에서부터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까지—갯벌을 지키는 일은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갯벌은 흙탕물이 아니다. 그 안은 수천만 년의 시간이 쌓인 생명의 보고이자, 바다 전체에 피를 돌려주는 심장이다. 우리가 오늘 갯벌을 잃는다면, 내일의 세대는 더 불안정한 바다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갯벌은 단순한 흙이 아니다. 바다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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