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특별한 것이 되지 않아야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성희 기자 = 도심 내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의 산책길을 따라 걸어다니다 보면 길가에 피어있는 여러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개중에는 야생화가 심심찮게 존재한다. 야생화의 전통적인 의미는 의도적으로 파종하거나 재배하지 않고 야생에서 자라는 꽃이다. 들에 피는 꽃이라는 의미로 들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야생화는 꽃이 피는 식물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므로 아직 개화하지 않았더라도 꽃을 피우는 풀을 야생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생화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꽃다발에 흔히 들어있는 안개꽃이나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보이는 제비꽃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종들도 있고, 약간 생소한 종들도 있다. 그 예로 이름이 독특한 큰꿩의비름이나 약초로 쓰이는 맥문동, 종종 화장품에 활용되는 버베나 등이 있다.

∎ 이름이 독특한 야생화, 큰꿩의비름

큰꿩의 비름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큰꿩의 비름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큰꿩의비름은 쌍자엽식물강의 장미목 돌나무과 꿩의 비름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이고, 뿌리에서 많은 줄기가 나와 30~70cm 정도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라나는데,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잎은 녹색이고, 타원형의 모양을 띤다. 꽃은 7~8월 경에 줄기 끝부분에서 개화하고, 진한 분홍색 혹은 붉은색을 띤다. 활짝 피었을 때의 모습은 별모양과 유사하다.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습기가 있는 토양에서 종종 발견된다. 큰꿩의비름은 봄에 돋아나는 어린 새싹을 채집하여 나물로 섭취하거나 지혈이나 해독작용을 위한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요즘은 주로 관상용으로 많이 접하는데, 꽃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심미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조 때부터 한약재로 사용된 야생화, 맥문동

맥문동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맥문동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맥문동은 단자엽식물강의 비짜루목 백합과 맥문동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이며, 불사초라고도 불린다. 맥문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례로 맥문동의 모양이 굉맥(䊯麥)과 유사하다는 것이 있다. 맥문동은 줄기가 곧게 서며 30~50cm 정도 자란다.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모여 나와 포기를 이룬다. 잎은 전체적으로 녹색을 띠며 길쭉하고 끝이 뭉뚝한 모습을 보인다. 이삭꽃차례마디에 작은 연보라색 꽃이 여러 송이 붙어서 자란다. 개화기는 5월~8월로 알려져 있지만, 수도권에서 개화시기가 미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맥문동은 화단 조경용으로 많이 키워지는데, 주로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나무 아래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 기록될 정도로 뿌리에 약효성분이 뛰어나 오랫동안 효과적인 한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해열과 소염, 진해 효과가 있어 폐질환을 치료하거나 강심작용이 있어 강심제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두루 활용된다.

향이 좋은 야생화, 버베나

버베나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버베나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버베나는 쌍자엽식물강의 꿀풀목 마편초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종에 따라 여러해살이풀과 1년 이내에 생활사를 마치는 추파 일년초로 나누어진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나 반그늘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배수 시설이 잘 마련된 토양을 선호하나,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버틴다는 특징을 가진다. 잎은 녹색이고 긴 타원형의 모양을 띠고 있다. 개화기는 5월 즈음의 봄이고, 꽃은 가지 끝에서 산방적으로 피어난다. 꽃의 색깔은 적색, 황색, 흰색 등 다양하다. 한국에는 1개의 종이 자라며, 주로 조경용으로 많이 키워진다. 핸드크림이나 향수 등의 화장품을 제작하는 데 버베나의 향이 쓰이기도 한다.

도시의 빛공격으로부터 생태계라는 마라톤을 유지하는 방법

맥문동을 비롯한 야생화들이 개화시기가 지방보다 수도권으로 갈수록 느려지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빛공해이다. 빛공해란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과 정해진 영역 외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의미한다. 빛공해에 의해 식물은 낮 길이 측정 능력인 광주기성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생식 주기가 변화되고, 성장 지연 및 생산력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빛공해는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과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매미의 경우 가로등의 불빛 때문에 낮과 밤을 착각하여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울게 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체 수명이 더 짧아져 번식이 어려워지고 있다. 빛공해에 사람이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억제로 생체리듬이 변화하여 암의 발생확률이 증가하고, 수면장애와 비만, 여러 대사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현재 법률에 따라 빛공해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단순히 법률의 힘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건강한 생태계를 꾸려나가기에 충분치 않다. 사람과 동식물이 함께 달리는 생태계라는 마라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빛공해를 줄이기 위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밝은 밤의 풍경보다 약한 조명 강도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빛공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도시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동안 야외에 노출된 식물의 피로도는 계속해서 쌓인다. 이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식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생태계의 혼란이 나타날 것이다. 도심 속 길을 걸으며 여러 야생화를 관찰하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이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아름다운 자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