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서 만난 도시 속 습지, ‘서울숲 습지생태원’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 = 환경일보] 이주예 학생기자 = 도심의 빌딩 숲 사이, 서울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이자, 시민들이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숲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고 한강-용산-남산-청계천-서울숲-한강으로 연결되는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녹지 축의 하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숲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숲, 시민들이 함께 만든 참여의 숲, 숲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서울의 대표적인 녹색 쉼터가 되었다.

서울숲의 탄생
서울숲이 있던 자리는 원래 골프장과 승마장이 들어선 레저 단지였다. 그러나 자연환경 파괴 문제와 도시 생태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서울시는 약 15만 평 규모의 시설을 철거하고 도심 속 생태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숲을 조성했다.
특히 지금의 습지생태원은 처음부터 서울숲의 일부가 아니었다. 본래는 빗물 처리장으로 사용하던 작은 호수였으나, 서울숲이 만들어지면서 주변 숲에서 스며든 수분으로 자연스럽게 습지가 형성되었다. 이후 서울시가 이 공간을 서울숲에 편입시키며 지금의 자연 습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서울숲은 시민들과 기업들의 참여 아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며 도심 속 자연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시민들이 생물 다양성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
서울숲은 문화예술공원,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이렇게 총 4개의 주요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식지는 각기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로 기능하며, 도심 속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서울숲 습지생태원은 철새, 수생식물, 양서류, 파충류, 곤충,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공원 외곽에 위치하여 한적하고 조용해 철새와 습지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원앙 같은 조류뿐 아니라, 수련과 꽃창포 같은 습지식물과 나무수국, 억새, 덩굴류 등 다양한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서울숲 습지생태원 한편에는 논습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모내기와 추수 프로그램이 열려 많은 시민이 직접 벼농사를 경험하기도 했다. 습지는 철새가 오가는 곳이라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들었던 제비가 다시 발견되며 제비가 둥지를 짓는 데 필요한 지푸라기와 진흙을 제공하고, 먹이가 되는 벌레와 마실 물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논습지를 비롯한 습지생태원은 제비와 참새, 멧비둘기 같은 새에게 쉼터이자 먹이터이다. 습지생태원의 조류 관찰대에서는 괭이갈매기, 왜가리, 중대백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등도 관찰된다고 한다. 습지는 도심 속 먹이와 서식지가 부족한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며 생물 다양성 회복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에 맡기는 관리,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서울숲 습지생태원은 다른 공원과 달리 인위적 관리가 최소화된 공간이다. 습지에서는 화학적 방제, 비료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물리적 방제나 자연의 힘에 의존해 생태계를 유지한다. 방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은 역설적이게도 관리하지 않는 것이 관리인 공간이다. 쓰레기 수거와 생태계 교란종 제거처럼 최소한의 개입만 하며, 생물들이 스스로 균형을 이루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식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생태 주기를 관찰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식물들이 피고 지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지속 가능한 정원이 된다.
도심 생태계의 의미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서울숲의 습지는 단순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아니다. 습지는 강수량에 따라 달라지는 강과 하천의 수위를 조절하며 비가 올 때 빗물을 머금고 서서히 방출해 도심 홍수를 완화한다. 또 정화의 기능이 있어 가정 및 산업 폐수를 거르는 역할을 하고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까지 한다.
습지생태원에는 생태학습장, 환경 놀이터와 같은 부대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생태학습자에서는 수생식물과 수서곤충을 관찰할 수 있다. 환경놀이터와 유아숲 체험장과 같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연환경에 대한 친밀함과 과학적 탐구심을 기를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된다. 사람들에게는 쉼터이자 자연과 가까이 교감할 기회를 제공해,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기능한다.
도심 속 생물 다양성의 살아 있는 증거
서울숲은 우리 곁에 머무는 작은 생명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심 속 작은 지구이다. 서울숲은 과거 인공 레저 시설에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공간이자, 도심 속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도시 개발과 기후 위기 속에서도 서울숲은 생물 다양성 보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도심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