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공탁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선 제안
“투명성 확보, 갈등 조율 없인 지속가능한 개발 어려워”

[아셈타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대규모 개발사업 관련 규제의 효율화’ 특별 세미나에서 개발과 환경 규제 간의 균형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한국부동산법학회와 법무법인(유) 화우, 한국건설경영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선, AI 데이터센터 개발 규제 등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한 주요 법적 이슈를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오승규 한국부동산법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은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지만, 규제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법과 제도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과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오늘 논의가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승구 법무법인 화우 건설공공조달그룹 대표변호사는 환영사에서 “이번 세미나는 실무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소중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업계와 학계가 협력해 제도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공정성 확보 위한 ‘공탁제’ 도입 필요

첫 번째 세션에서 강명수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가 ‘대규모 개발사업 환경정책의 효율화를 위한 제언: 환경영향평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과학적 예측의 한계 ▷평가 의견 미반영 ▷사후관리 부실 ▷형식적인 주민참여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하며, 제도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서 공탁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박사는 “사업자가 평가를 발주하는 현행 구조는 부실 보고서를 양산하는 주원인”이라며 “제3의 공공기관이 평가서를 발주하고 관리하는 ‘환평 공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덜란드, 캐나다, 독일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중앙정부-지자체 간 이중협의 구조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약화돼 있으며, 현재 방식은 오히려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탁제 도입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투명한 재원 운영, 평가기관 간 역량 차이 해소, 강력한 사후 관리체계 구축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배 박사는 또 평가 기준의 표준화와 예측 가능성 확보가 형식화에 그치지 않도록 생태계 복잡성과 기후변화를 반영한 정교한 모델 개발이 필요하며, 법적 구속력을 지닌 평가 결과 체계를 통해 평가기관의 책임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데이터센터, 주민 수용성과 전력 인프라 필수

두 번째 세션에서 조준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AI 데이터센터 개발 관련 주민 수용성과 전력수요 규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설 개발이 지역사회에서 주민 반발과 전력 수급 문제로 인해 지연되거나 추진이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기반으로 한 핵심 기반시설임에도, 주민들은 전자파, 수자원 오염, 소음, 집값 하락 등에 대한 우려로 반발하고 있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민원과 인허가 지연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착공 신고, 도로 굴착 허가 등에서 지자체 조례에 따른 개발 제약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입지와 운영을 산업단지 또는 기반시설로 전환해 도시계획 수립 절차에 포함시키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커뮤니티 센터 설치, 지역 상생 리츠 도입, 분산 에너지 특구 활성화 등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최종권 서울대 건설법센터 선임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국가 기반시설로 간주돼야 하며, 도시계획시설로의 법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될 경우 주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절차가 가능해져 갈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현재 지자체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가 주민 민원과 전력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재정·세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들은 전력 품질을 계약 이행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수도권 외 지역에서 인프라 유치를 위해서는 전력 안정성과 전문 인력 확보 등 현실적 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산에너지 기반의 ‘지산지소’ 시스템과 전략적 산업 입지 지정이 함께 추진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