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워터믹스 기반 ‘기후방패’ 물관리 3대 전략 제안
극한 가뭄·홍수 빈발 속 반도체·AI 산업 물 수요 급증 우려

기후변화로 인한 물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환경연구원이 워터믹스 기반의 기후방패 물관리 3대 전략을 제안했다. /사진=환경일보DB
기후변화로 인한 물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환경연구원이 워터믹스 기반의 기후방패 물관리 3대 전략을 제안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기후변화로 인한 물관리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환경연구원이 ‘기후방패’ 물관리 전략으로 국가 물 안보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 김홍균)은 최근 발간한 KEI 포커스 제130호 ‘기후위기 시대, 신정부 물관리 체계 혁신 방향: 기후채찍질에 맞서는 기후방패(climate-proof) 물관리 정책’을 통해 극한 홍수와 가뭄 등 급격한 기후 전환에 대응할 물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 현상이 심화되며 변동성에 따른 물관리 난이도가 상승했다. 기후채찍질은 가뭄 직후 폭우가 쏟아지거나 강력한 홍수에 이어 가뭄이 오는 등 기후 현상이 극단적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전 세계적으로 발생 빈도는 20세기 중반 이후 최대 66% 증가했다. 기온이 3℃ 증가하면 기후채찍질 현상도 1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에서도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기후변동성 증가로 인한 복합 재해는 가뭄과 홍수 등 단일 재해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국민 건강과 안전, 식량 및 수자원 안보, 사회기반시설에까지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다.

이와 함께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물 수요 급증은 물 공급 안정성에 추가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 공정과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을 위한 물 사용량은 향후 수십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의 연간 용수 사용량이 현재 수백만 톤 수준에서 최대 8000만 톤 이상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강릉의 가뭄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현재의 단일 강수 의존적이고 중앙집중식인 물관리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KEI 포커스 저자 한혜진 KEI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동성과 산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방패 물관리 방안으로 워터믹스(WaterMix), 프로젝트 믹스(Project Mix), 파트너십 믹스(Partnership Mix) 등 세 가지 전략의 통합적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중앙집중식 강수 의존적인 물 공급 시스템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채찍질에도 흔들림 없는 워터믹스 기반의 기후방패 물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터믹스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수원의 예시 /자료제공=한국환경연구원
워터믹스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수원의 예시 /자료제공=한국환경연구원

첫 번째 전략인 워터믹스는 다양한 수원 조합으로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강우량에 의존하는 기후변화 취약 구조에서 벗어나 지하수, 빗물, 재이용수, 농업용 저수지 등 지역별 다양한 수원을 활용해 유역 내 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통합적인 물순환 촉진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물순환 촉진 구역에서 융·복합 물관리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물순환 개선과 복합적 물 문제 대응 사업(Project Mix)이 추진된다. 최근 강릉지역 가뭄 문제도 물환경-물이용, 농업저수지-발전댐 등 다부처 시설들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전형적인 복합 물문제 사업으로, 물순환 촉진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파트너십 믹스 전략은 국가가 ESG 공시 지원과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 물리적 위험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은 워터 포지티브 실천을 통해 협력하는 방식이다. 워터 포지티브는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환원하고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통해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극단적인 기후변화 속도와 산업 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과거 방식의 물관리 체계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기후방패 물관리 전략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시스템 전환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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