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 회장 홍진표

홍진표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 회장
홍진표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 회장

[환경일보] 오늘날 인류는 기후변화 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전례 없는 두 가지 환경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두 위기는 상호작용하며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어, 개별적인 접근만으로는 효과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국제 환경 위기의 심각성과 통합적 대응 필요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극단적 이상기상 현상 등을 유발하며 생태계와 서식지를 파괴하고 종의 멸종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생물다양성 감소는 숲, 습지 등 자연의 탄소흡수원 기능을 약화시키고 기후변화에 대한 생태계 회복력을 떨어뜨린다. 2022년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공동 보고서에서 이러한 악순환을 공식적으로 경고하였으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별개의 위기가 아닌, 통합적 해결책이 필요한 하나의 복합적인 문제'로 규정하였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생물다양성협약(CBD)은 두 위기를 분리해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각각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과 같은 통합적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단순한 환경 보전 전문가를 넘어, 과학 지식과 실용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적 목표를 국내 현장에 적용하고 이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자연기반해법(NbS)의 설계 및 이행 전문가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는 2030년까지 전 지구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훼손된 육상 및 해양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는 단순히 보호지역(Protected Areas) 지정을 넘어, 생태계의 기능과 회복력을 회복시키는 적극적인 생태복원을 강조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 자연기반해법(NbS)은 생태계를 보호, 복원, 지속가능하게 관리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자연재해 위험 감소,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이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자연환경기법(NbS)의 전문가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학술적 근거에 기반한 생태복원 기술을 적용하여 숲, 습지, 하천 등의 생태계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이는 탄소 흡수원을 강화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서식지를 복원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습지 복원은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메탄 및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환경영향평가 및 지속가능성 평가의 전문가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해결의 중요한 축이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은 프로젝트 자금 지원 시 환경 및 사회적 기준(Environmental and Social Framework, ESF)을 적용하여 생물다양성 손실을 최소화하고, 잔여 손실에 대해서는 복원 또는 보전 활동을 통해 '순손실 없음(No Net Loss)' 또는 '순이익(Net Gain)'을 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맞춰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EIA)를 수행하고, 개발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한다. 도로 건설, 도시 개발 등 대규모 사업의 경우, 생태 통로(Ecological Corridor) 설계,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의 저감 방안을 제시하여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이 과정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 및 원격탐사(Remote Sensing) 기술을 활용하여 생태계 변화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생물다양성 정보 관리 및 국제 협력 전문가

효과적인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생물자원 정보가 필수적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각 당사국이 자국의 생물자원을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Access and Benefit-Sharing, ABS)와 같은 국제 규범을 이해하고, 생물자원 조사 및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외래종 관리, 멸종위기종 복원 등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해외 사례 벤치마킹, 국제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최신 기술과 지식의 습득, 국내 환경에 맞는 기술 도입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은 국제적인 환경 이슈에 대한 한국의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자연환경관리기술사의 역할 재조명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더 이상 분리된 문제가 아닌, 통합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복합 위기이다. 이 두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과학적, 공학적, 사회적 역할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전문가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NbS)을 현장에 적용하여 기후변화 완화와 생물다양성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와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루고, 국제적 목표를 국내 정책에 통합하는 실질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과제에 맞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전략적 전문가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사고 능력 향상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 첨단기술 활용 능력을 배양하고 각국의 최신 환경정책과 기술 동향을 파악하면서 국내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융합 능력이 요구된다.

자연환경의 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가 생태적 회복력(Ecological Resilience)을 강화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찾는 여정에서 자연환경관리기술사가 길잡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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