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소득 80만 원 미만’ 축소 추진 논란
[환경일보]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자의 연금보험료 지원 대상을 ‘월 소득 80만원 미만’으로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완화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도록 한 ‘국민연금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2022년 7월부터 ‘저소득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사업 중단·실직·휴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던 지역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할 경우 최대 12개월간 월 최대 4만6350원의 연금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수혜자의 90% 이상이 지원 종료 후에도 납부를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도의 효과성이 입증되고 있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금보험료 납부를 재개할 것’ 요건을 삭제했다. 제도의 수혜 대상을 확대해 더 많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덜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따르면, 복지부는 2026년부터 보험료 지원 대상을 ‘월 소득 80만원 미만’으로 제한하는 고시 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재산이 6억원 이상이거나 ▷사업소득·근로소득을 제외한 종합소득이 168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복지부 방안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월 소득이 80만원만 넘어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납부 재개 요건이 삭제되면서 지원 대상이 늘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법이 넓힌 수혜 대상을 행정고시로 다시 좁히는 것은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저소득 사업장가입자나 농어업인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은 애초에 ‘납부 재개’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았으며, 지원 기간도 사업장가입자 최대 36개월, 농어업인 무제한으로 지역가입자(최대 12개월)보다 훨씬 길다. 제도 형평성 개선을 위해 이루어진 개정을 소득 기준 하향으로 역행하는 것은 ‘이중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득 기준 하향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지원을 받기 위해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낮은 기준소득으로 신고하게 되면 향후 받게 될 연금액도 줄어 노후보장 수준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김예지 의원은 “복지부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고시 제정을 연말로 미루고 있는데, 법 시행일(2026년 1월 1일) 직전에 제정을 강행해 반발을 묵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행법상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면, 더 많은 국민이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려는 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저소득층 연금보험료 지원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고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