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성희 학생기자 = 과거 서울과 경기 북부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는 소위 ‘죽음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오염된 장소였다. 난지도는 1977년 8월 3일 쓰레기 처분장으로 고시된 이후 1993년 3월 19일 수용 한계에 다다라 완전히 폐쇄되었다.

난지도가 매립지로 사용되는 동안 수용한 쓰레기의 총량은 1억 1050만 톤으로, 전체 매립지 중 절반 이상의 부지에 쓰레기가 쌓여 거대한 쓰레기산을 형성하였다. 매립지 폐쇄 이후, 악취를 풍기며 서울의 골칫덩어리로 작용했던 난지도의 생태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서울시는 생태 공원을 조성하였다.

그것이 바로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월드컵공원이다.

하늘공원 안내간판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하늘공원 안내간판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월드컵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 공원, 난지 한강 공원의 5가지 테마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쓰레기 매립 부지에 해당하는 영역은 제1 매립지에 조성된 노을 공원과 제2 매립지에 조성된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내에는 억새식재지, 꽃단지, 하늘전망대, 풍력 발전기 등이 있다. 하늘공원은 매년 10월 중순마다 억재 식재지에서 억새 축제를 열어 여러 볼거리와 포토존을 제공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공원 주변에 위치한 테마산책길은 메타세콰이어길, 시민의 거리, 소곤소곤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근 주민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산책로와 쉼터로서 기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마산책길에 여러 식물들을 심어 철마다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고, 새들을 위한 작은숲을 만들어 새들의 서식지를 마련하고 있다.   

가을철 하늘공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식물들

하늘공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식물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을철에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식물로는 꽃무릇, 상사화, 억새 등이 있다.     

꽃무릇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꽃무릇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부르며, 피자식물문 단자엽식물강 비짜루목 수선화과에 속한다.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어 자라며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잘 관찰할 수 있다. 비늘줄기의 녹말을 불경 제본 및 탱화 표구, 고승들의 진영을 붙이는 데 사용하였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서 주로 재배했다.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로 알뿌리는 넓은 타원 모양에 지름은 2.5~3.5cm이다. 잎의 길이는 30~40cm, 폭은 1.5cm 정도로 길쭉한 모양을 보인다.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을에 잎이 없어진 뒤에 알뿌리에서 약 30~50cm 길이의 꽃줄기가 나와 여러 송이의 붉은색 꽃이 달린다. 꽃잎의 길이보다 수술의 길이가 길고, 꽃잎이 뒤로 말리며 6개의 수술이 외부로 노출되는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평균적인 개화시기는 9~10월로 알려졌다.

상사화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상사화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상사화는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꽃으로, 피자식물문 단자엽식물강 비짜루목 수선화과에 속한다. 상사화란 이름은 꽃이 필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다는 생육 특성을 반영하여 붙은 것으로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러해살이풀이고, 봄철에 선형의 잎이 난다. 잎의 길이는 20~30cm, 폭은 18~25cm 정도이다. 잎이 지고 나서 늦여름에 꽃대가 나와 60cm 정도 자라고, 끝에 4~8개의 꽃이 달린다. 흔히 알려진 상사화의 꽃잎의 색상은 연한 홍자색이나, 상사화의 세부적인 종류에 따라 꽃잎의 색상이 주황, 노랑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상사화의 평균적인 개화기는 8~9월로 알려졌다.

억새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억새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억새는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피자식물문 단자엽식물강 화본목 벼과에 속한다.

전체 높이는 1~2m 정도로 사람의 키와 비슷한 높이를 가진다. 잎은 밑부분이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싸는 형태를 띤다. 잎의 길이는 1m, 폭은 1~2cm 정도로 길쭉한 선형의 모양을 보인다. 잎의 표면은 녹색을 띠며 잎의 가운데에 위치한 주맥은 흰색을 띤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딱딱한 잔 톱니가 존재한다. 개화시기는 9월이며, 꽃이삭의 길이는 20~30cm 정도이다. 작은 이삭은 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1마디에 1장씩 달려서 자란다. 이삭의 바깥 껍질은 약간 딱딱하고 끝이 뾰족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안쪽에는 긴털(까락)이 존재한다.

억새라는 이름은 잎이 억세어 만지면 상처가 쉽게 날 수 있고,  잘 꺾이지 않는 특성에 의해 붙은 이름이다. 억새의 잎 가장자리를 잘못 만지면 손을 베일 수 있기 때문에 억새의 잎을 만질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억새 줄기는 서로 뭉쳐서 자라 군락을 형성하기 때문에 억새철이 되면 들판이 억새로 덮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가을바람에 억새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은색 물결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인력(人力)으로 잃어버린 생명의 터전을 되돌리는 길에는 많은 대가가 따른다

난지도(蘭芝島)는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많은 땅이라는 의미로 매립지로 사용되기 전에는 금성평사라고 불렸다. 아름다운 꽃들이 자라난다고 하여 ‘꽃섬’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겨울철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철새도래지로 기능하였고, 땅콩과 수수 등을 경작하기에 적합한 땅이었다. 난지도가 생명의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은 쓰레기를 매립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던 난지도는 먼지, 악취, 파리가 과도하게 많아져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렸으며, 매립된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로 인한 화재로 피해를 입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꽃섬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땅이 재앙의 땅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0년이 되지 않았다. 망가진 난지도가 현재의 생태공원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매립지로서 폐지되고도 3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마저도 태초의 상태로 되돌아가지는 못했다. 쓰레기산 위에 차수막을 깔고 흙을 덮어 만들어진 하늘공원 아래에는 여전히  많은 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다.

하늘공원 내 매립가스 이송관로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하늘공원 내 매립가스 이송관로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하늘공원은 침출수 처리 후 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추출하는 가스추출공과 매립가스 이송관을 사용하여 월드컵경기장 및 인근지역 난방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등 매립된 자원의 재활용과 환경의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다시 많은 생물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하늘공원 내 침출수 집수정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하늘공원 내 침출수 집수정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장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된 이후, 수도권 매립지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현재까지도 쓰레기 매립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매립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환경이 소모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난지도의 사례를 통해 쉽게 망가진 환경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무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미래의 또다른 인재의 땅이 나타나지 않도록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늘공원 내 매립가스 포집시설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하늘공원 내 매립가스 포집시설 /사진=백성희 학생기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여 낭비되는 자원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때로 무한한 생명력을 품은 땅이 인력에 의해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도 한다.

하늘공원의 억새축제를 방문하여 우리가 영영 잃어버릴 뻔했던 생명을 품은 땅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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