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한눈에,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한국섬온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 = 환경일보] 이주예 학생기자 = 전라남도 목포 고하도에 위치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도서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연구·보전하는 기관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인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상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국립생물자원관 중 한 곳으로 섬과 연안을 중심으로 한 고유종 발굴과 보전 연구에 특화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여러 특별전, 체험형 프로그램, 생물자원 연구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연구, 보전, 교육, 참여를 아우르는 복합적 가치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한국섬온실, 섬 생태계를 한눈에 담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공간은 한국섬온실이다. 2024년 개관한 온실은 약 1,465m2 규모로 총 150여 종의 섬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섬과 연안에 분포하는 고유종과 멸종 위기 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온실 내부에는 섬의 기후와 환경을 모사한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어 있으며,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섬 특산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섬 자생식물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직접 체감하게 해준다.

네 가지 테마로 만나는 섬의 숲
한국섬온실 내부는 네 개의 테마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한국섬숲, 제주숲정원, 울릉숲정원, 오래된 숲으로 구성된 이곳은 각각 섬의 서식 환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어 작은 온실 안에서 우리나라 섬 생태계의 축소판을 만나는듯한 느낌을 준다. ‘한국섬숲’은 파도와 해류가 빚어낸 해안 사구와 갯벌을 재현하였으며 염생식물과 갯벌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연안 생태계가 지닌 독특한 환경과 그 안의 생물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숲정원’은 약 20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제주도의 다양한 식생을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주도 해안 저지대에서 살고 있는 식물과 고산 지대에서 살고 있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울릉숲정원’에는 울릉장구채, 섬남성, 섬백리향을 비롯한 다양한 울릉도의 고유종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은 섬의 고립된 환경 속에서 진화해온 식물들의 독자성을 체감할 수 있다. ‘오래된 숲’은 온실 중앙에 위치한 공간으로 팽나무와 붓순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 경관을 조성하고 있다.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숲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섬 고유종의 의미와 가치
섬은 본토와 격리된 환경에서 진화가 이루어지며, 각 섬은 서로 다른 고유종을 품게 된다. 제주, 울릉, 남해, 독도 등 각 섬에는 그곳에서만 자라는 식물이 존재하고 이는 섬의 생태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한국섬온실에는 섬 특유의 고립된 환경에서 진화한 고유종들이 다수 보전되고 있다. 이처럼 섬마다 고유종의 양상은 다르지만 모두 한정된 환경 속에서 진화하며 독자적 생태적 가치를 지닌다.

멸종위기 식물의 보전과 연구
한국섬온실은 멸종위기 식물 보전에도 힘쓰고 있다. 풍란, 나도풍란, 섬개야광나무, 섬현삼 등은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대표 사례이다. 현재 온실에는 환경 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개체수가 감소한 총 45종의 섬·연안 지역 멸종위기 식물 중 죽절초, 풍란, 석곡, 나도풍란, 큰바늘꽃 등이 전시·보전되고 있으며, 유전자 다양성 관리와 증식 연구가 함께 이루어진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식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원 보전·증식·복원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확보한 종자를 장기적으로 보관해 장차 자생지 복원 사업이나 기후 변화 대응 연구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물자원의 소중함
섬은 본토와 떨어진 고립된 환경 때문에 종 분화와 적응이 활발히 이루어져 높은 고유도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외부 교란에 취약하여 멸종 위험도 크다. 한국섬온실은 이러한 섬 생태계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멸종위기종과 고유종을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연구의 장으로 기능한다. 즉 이곳은 단순한 식물 온실이 아니라 섬 생물 다양성의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온실이 담아내는 큰 가치
한국섬온실은 우리나라 섬 고유종과 멸종위기종을 연구·보전하는 최전선이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섬 식물을 관찰하며, 그 생태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섬의 작은 풀 한 포기가 지닌 가치는 곧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 전체의 건강성을 상징하며, 풀과 나무가 모여 있는 한국섬온실은 그 가치를 지키는 살아 있는 현장이다. 한국섬온실은 생태계의 취약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섬 생물 다양성 보전의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