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간 생태계를 지켜온 숲의 수호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잣나무의 모습. 높게 벋은 줄기와 사방으로 빙 둘러 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진 = 전지우 학생기자
잣나무의 모습. 높게 벋은 줄기와 사방으로 빙 둘러 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진 = 전지우 학생기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전지우 학생기자 = 가을의 숲을 거닐다 보면 솔방울과 닮은 잣 방울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목재로 쓰이고, 문화 속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숲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온 존재. 잣나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잣나무란

잣나무는 소나뭇과에 속하는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이다. 잎이 5장씩 모여서 달리며, 여름에는 짙은 녹색을, 겨울에는 노란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꽃은 5월에 새로 나는 연녹색의 햇가지에 수꽃과 암꽃의 차례로 핀다. 열매는 9월에 큰 솔방울 모양으로 맺히며, 열매 조각이 벌어지면 우리가 아는 잣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잣나무는 곧게 자라는 특징이 있어 목재로도 자주 쓰인다.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수다라장 기둥 중 상당수 역시 잣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또한 잣나무는 1960년대 산림녹화 사업의 주요 종으로 선정되어 중 부이북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조림되었으며, 연간 28,000㎥의 목재가 제재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잣나무와 소나무, 차이점은?

소나무와 잣나무는 대표적인 상록수로, 사시사철 푸르른 모습에 따라 고고함과 절개의 상징이 되어왔다. 송백지절(松柏之節), 송무백열(松茂柏悅)과 같은 고사성어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의 이러한 특징에서 비롯되었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겉모습은 언뜻 닮아 보이지만, 잎과 열매를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소나무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2~3개씩 잎이 모여난다. 반면 잣나무는 5개씩 붙어있어 '오엽송'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또한 잣나무의 잎 뒷면은 약간 흰색을 띠고 은빛이 약간 돌지만, 소나무는 잎 뒷면까지 푸른색을 하고 있다. 씨를 감싸고 있는 방울의 크기도 다르다. 소나무의 솔방울은 약 3~4.5㎝이지만, 잣나무의 잣 방울은 12~15㎝에 달한다. 줄기 껍질에서도 차이가 있다. 소나무 줄기의 껍질은 그물 무늬로 갈라지지만, 잣나무는 결을 따라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잣나무가 숨기고 있는 비밀

떨어져 있는 잣 방울.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잣의 모습이 보인다. / 사진 = 전지우 학생기자
떨어져 있는 잣 방울.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잣의 모습이 보인다. / 사진 = 전지우 학생기자

잣나무는 높이 20~30m까지 곧게 자라며, 높은 가지에 그 열매 잣 방울을 맺는다. 우리나라 잣나무는 나무가 높게 자라며 꼭대기에만 열매가 달려 수확이 더욱 어렵다. 잣이 이렇게 높은 곳에 열매를 맺는 이유는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함이다. 작은 설치류보다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잣까마귀나 청설모가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건조해지면 껍질이 벌어져 씨앗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솔방울과 달리, 잣 방울은 성숙하더라도 껍질이 완전히 벌어지지 않아 잣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잣나무의 줄기를 보면 송진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병해가 아닌, 외상성 수지관의 형성 때문이다. 이는 곤충이 침입하거나 외부 요인에 의해 물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수지관이 형성되고 송진이 분비되는 것이다. 잣나무의 수관과 잎이 건강하더라도 줄기에서 송진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경우 이러한 외상성 수지관 형성에 의한 송진 외부 유출로 볼 수 있다. 즉, 단순한 병해가 아닌 나무가 반복적인 스트레스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과정인 것이다.

 푸르름을 간직한 잣나무는 수백 년간 숲을 지키며 생태계를 보전해 온 존재이자, 우리의 문화와 삶에 스며들어 있는 나무이다. 잣나무를 비롯한 모든 나무가 자생하는 곳 주변에는 단순히 나무 하나가 아닌,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러한 나무의 역할을 이해하고 바라볼 때, 진정한 자연과 생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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