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도 견디는 식물성 플랑크톤, 규조류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전지우 학생기자 = 북극은 생물이 살아남기에 가혹할 정도로 춥고 시린 땅이다. 이러한 북극, 심지어 북극의 얼음 속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는 미생물이 있다. 바로 지구 산소의 4분의 1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알려진 규조류이다. 차디찬 북극의 얼음 속에서조차 살아남는 규조류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규조류란?
규조류는 바닷물과 민물에 걸쳐 사는 단세포생물의 일종이다. 크기는 수 미크론에서 1mm 남짓으로 현미경으로 관찰해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물에 떠다니거나 수생식물 또는 물속의 여러 물질에 붙어 살며, 전체 세포 모양은 납작한 도시락과 같은 형태로 겉껍질을 속껍질이 덮어 씌우는 모습을 하고 있다. 껍질은 타원형, 원형, 삼각형, 방추형, 유선형, S자형, 반타원형 등의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규조류의 종 분석은 이 형태와 무늬에 따라 이루어진다. 세포벽에 규산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이 때문에 규조류라고 부른다.
규조류의 또 다른 특징은 광합성을 한다는 것이다. 북극의 규조류는 해빙을 뚫고 들어온 햇빛을 받아 엽록체를 통해 광합성을 하여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극저온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는 규조류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북극 얼음 속 규조류는 휴면 상태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와 알래스카대 연구팀 관찰에서 예상과 달리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들은 온도가 0도 아래로 내려가면 죽는 일반적인 생물들과 달리, 얼음 속에서도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누 프라카쉬(Manu Prakash) 교수 연구팀은 알래스카대 연구선 ‘시쿨리아크’(Sikuliaq)를 타고 북극해의 얼음 밑에 서식하는 단세포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diatom)를 조사했다.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얼기 시작하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북극 얼음은 형성 과정에서 소금이 배출되며, 내부에 미세한 액체 통로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재현하기 위해 얼리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넣어 마이크로 유체 채널을 만들었다. 온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규조류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놀랍게도 이들은 영하 15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움직임을 유지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진핵생물 세포 가운데 가장 낮은 온도에서 움직임을 보인 사례로 기록되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이들의 독특한 이동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단세포 생물은 편모나 섬모 등의 부속지를 이용해 움직인다. 이와 달리 규조류는 달팽이처럼 점액을 분비하고, 액틴과 미오신 단백질을 이용해 그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이 덕분에 극한의 차가운 환경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북극 규조류는 온대 지역 친척 종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며, 이는 극한 환경에서 진화적으로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와 극지 생물의 미래

산소를 만들어내며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규조류가 극저온에서 살아남는 생명력도 보여주었다. 이는 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한지 미생물들의 생존 전략을 연구함으로써 생명체의 생존 한계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서 이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북극 생태계를 위협하면서 규조류 역시 위험에 처해 있다. 북극의 해빙이 줄어든다면 이들의 서식지 역시 사라지게 된다. 이는 곧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물에서부터 해양 생태계 전체가 연쇄적으로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북극의 빙하 속에서도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길을 찾는다. 기후 위기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며 무엇을 고려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