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실적 뒤 가려진 농어민 피해··· 지속가능한 농업전략 시급

[환경일보] 정부가 ‘K-푸드 150억불 수출’ 목표를 내세우며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년 50조원이 넘는 농림축수산물 무역적자가 쌓이고 있다. 수출 성과를 홍보하며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한 결과, 수입 개방으로 인한 농어민 피해와 지역경제의 침체는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축수산물의 수출액은 128억5010만불, 수입액은 488억940만불로 무역수지는 –359억5930만불, 한화로 약 50조83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61조원, 2023년 54조원에 이어 3년 연속 50조원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농식품 수출 99.8억불 달성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세우며 성과 중심 홍보에 몰두하고 있다. 같은 기간 농림축산물 수입액이 수출의 4배를 넘는다는 점은 언급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화된 추세라는 점이다. 곡물·육류·수산물 의존도가 높고,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반면 농가의 생산성 제고, 가공·유통 혁신, 내수 시장 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 정부가 수출 확대 전략을 앞세우며 K-푸드, K-씨푸드 등 브랜드 캠페인을 추진하는 동안, 농촌 현장에서는 가격 하락과 판로 축소, 인력난이 겹쳐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필리핀 K-푸드 열풍 /사진제공=aT
필리핀 K-푸드 열풍 /사진제공=aT

국가별 무역적자 현황도 뚜렷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의 농림축수산물 무역적자가 10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7조원, 호주 4조원 순이다. 주요 교역국과의 농식품 교역에서 불균형이 심화되는 동안, 정부는 실질적인 수입 피해 구제나 방어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쌀·쇠고기 등 추가 개방 압력이 재차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세 조정과 수입 규제 완화만으로는 국내 농어업을 지킬 수 없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바꿔야 한다. 수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역적자 축소와 피해 보전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출 성장은 허상에 그친다. 수입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구제기금 마련, 주요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공공·학교급식의 국산 식자재 사용 의무화 등 내수 기반 강화 정책이 절실하다. 농업의 생산·가공·유통 전 단계에서 국산 원료 사용 비율을 높이고, 탄소·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지속가능한 생산체계를 통해 해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정부의 평가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 수출액과 증가율 중심의 실적평가에서 벗어나, 순무역수지 개선율, 국산 부가가치율, 농가 소득 기여도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 실적이 아닌 산업 경쟁력으로 정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농업은 더 이상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지역 균형발전이 걸린 국가 전략산업이다. 그러나 정책이 수출 홍보에 매몰된 채 무역적자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다면, K-푸드는 성장의 간판일 뿐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다. 진정한 농업 경쟁력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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