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신뢰와 안전 잇는 정책 출발점

[환경일보]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과학과 정책, 소비자 감정의 경계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논쟁이 아니라 제도로서 답해야 할 때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생산 변동,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가 겹치면서, 식탁 위의 GMO 문제는 단순한 소비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식량정책의 신뢰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우리나라의 GMO 농산물 수입량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두·옥수수·유채 등 주요 품목이 지난해 153만 톤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77만 톤에 달했다. 특히 수입의 100%가 사실상 미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이다. 수입국의 정책 변화나 국제 규제 강화,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식품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행 표시제는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다. 원재료가 GMO라도 가공 과정에서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며, 국민 대다수가 실제 섭취 여부를 알지 못한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 문제를 넘어 정부 신뢰의 문제다. 이미 국민 10명 중 8명이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제도화는 여전히 이해관계자 간 이견 속에 멈춰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GMO 농산물 수입량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두·옥수수·유채 등 주요 품목이 지난해 153만 톤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77만 톤에 달했다. /사진=환경일보DB 
최근 우리나라의 GMO 농산물 수입량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두·옥수수·유채 등 주요 품목이 지난해 153만 톤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77만 톤에 달했다. /사진=환경일보DB 

완전표시제는 산업계에 새로운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투명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정부는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료 확보 지원, 수입국 다변화, Non-GMO 인증 체계 강화 등 병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미국과 브라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파라과이·호주·유럽 등 잠재적 대체 수입선을 발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GMO 완전표시제는 단순히 라벨을 바꾸는 행정조치가 아니다. 이는 식품 안전정책의 일관성과 정부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기준점이자, 식량안보의 핵심 축이다. 소비자가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시장이 건강해지고, 그 투명성이 결국 국내 농업의 자립 기반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식탁은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신뢰의 체계 위에 놓여야 한다. 투명한 제도가 곧 국민의 건강과 농업의 미래를 지탱한다.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싼 논의가 국민 신뢰의 과제로 자리 잡은 지금,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 조정이 아니라 미래를 지탱할 제도의 방향을 새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식품안전이며, 지속가능한 농업의 출발점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