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익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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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지난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정부부처의 탄생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상기후,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등 기후위기 문제는 이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는 비단 환경의 문제가 아닌 경제, 에너지, 산업 등 전 분야에 영향력을 주는 중요한 이슈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고 절실하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가 대전환을 이끄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가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을 넘어 실질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과서적인 원칙을 넘어 국민의 삶과 국가의 부(富)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야만 한다. ‘기후에너지부의 성공 조건 10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명확한 비전과 목표 수립

정부는 명확한 정책 비전과 구체적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금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50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중장기 국가 어젠다에 따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량적·정성적 목표를 각 국·과 단위에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간의 추상적인 녹색성장, 에너지전환 구호를 넘어서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비중 OO% 달성’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별 세부 목표와 단계별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비전은 동시에 국민 개개인을 위한 가치의 제안으로서, 국가의 목표가 국민의 직접적인 경제적 삶 속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책을 포함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등 유관기관을 최대한 활용하고, IPCC 등 국제기관과의 실시간 데이터 연계,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부처 정책의 입안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모델링, 영향평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활용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 외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 외부 검증,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의 적극 활용도 요구된다. 다만, 데이터는 목표 달성률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부작용과 경제적 비용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즉각적인 경로 수정을 명령하는 데 쓰여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 없는 협업체계 구축

기후위기는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국토, 교육, 외교 등 모든 부처가 협업해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와의 지속적인 정책협의체 운영, 상호 예산 연계 등 협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부처 간 경계를 넘어 실무·정책공유, 공동 로드맵 수립, 리더십 간의 정례적 회의를 통한 진정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협업’은 종종 ‘책임 전가’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협조를 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가의 ‘탄소 중앙은행’ 역할을 해야 한다.

강력한 법·제도적 권한과 예산 확보

기후에너지환경 이슈는 규제와 인센티브, 투자 등 법제도 기반이 없으면 정책 실행력을 갖기 어렵다. 신설 또는 개편 기관이 성공하려면 국내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탄소중립산업법(안)’ 등 핵심 입법을 관철시키고, 독립적 예산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행정기관 간 정책 조정, 지방정부와의 연계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정책의 집행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인 노력은 필수다. 법적 권한의 핵심은 규제가 아닌 ‘시장을 만드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조성을 위해 저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공공조달’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 공감 및 시민참여 확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일상과 관련성이 크기에 시민의 신뢰와 참여, 수용성을 전제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시민사회, 기업 등) 의견수렴을 제도화하고,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시민참여단 운영 등 원활하고 효율적인 소통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의 투명한 정보공개, 국민 홍보 캠페인,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하다. 국민을 정책의 손님, 정책의 참여자로 머물지 않고 주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설득과 공감을 통한 희생의 분담이 아니라 적극적 유인책을 마련하자.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제협력 선도

미국 관세정책, EU 탄소국경세 제도 등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 리더십과 책임감 있는 위상 정립도 중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제기구, 해외 각국 정부, 다국적 기업 등과의 전략적 협력 체계를 갖추어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를 선점하고 기후 외교 등 국제협력을 선도해야 한다. 국제적 협력은 리더십의 외형을 넘어, 국제 규범의 수동적 동조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2차전지, 수소, 기후테크 산업의 강자가 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산업적 전략이 결부되어야 한다.

지역 분권형·현장 밀착형 정책 추진

기후와 환경문제는 지역별로 여건, 수요가 다르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하달이 아닌, 지자체와의 협력, 지역 맞춤형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도권-농어촌-산단 등 유형별 맞춤 지원, 지역재생에너지 사업 등 지역주도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역량 강화 교육, 지역주민·기업·지자체 간 거버넌스 활성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역정책의 핵심은 돈이 되는 성공모델이어야 한다. 전남 영광의 햇빛연금이 농촌고령화와 소득불안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듯이 지역적 특수성을 천착해야 한다.

민간 파트너십과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AI, 바이오 등 기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스타트업·대기업의 신사업 등 민간의 혁신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온실가스 감축과 순환경제 실현이 가능하다. 정부는 플랫폼 역할에 중점을 두고 민간의 기술 개발, 산업 육성을 촉진하는 정책(예컨대, 규제 샌드박스)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의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원, 혁신기업·스타트업의 대학·연구기관 협업 활성화도 필요하다. 2027년까지 그린스타트업 1000개, 예비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가 진심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명한 평가와 책임성 강화

정책의 수립, 집행 등 전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평가받고, 문제를 개선하는 피드백·환류 체계가 있어야 한다. 정책 실패 사례조차 공유·교육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부처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해 외부 감사·평가단, 빅데이터 기반 성과지표 도입 등을 통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투명한 평가와 책임성 강화가 장기적으로 정책 품질을 높이고 신뢰를 쌓는 원동력이다. 국민들에게 이 정책이 나와 내 이웃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 지향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지속가능성을 지향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정책 현안,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거나, 기존 관행에 매몰되면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미래세대를 위한 소통 플랫폼, 참여기구, 환경교육 등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현재 세대의 이익’과 연결될 때 더욱 강력한 동력을 얻기 때문에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이익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그 자체로 국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전환의 출발점이다. 형식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변화와 실효성 있는 정책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성공적인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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