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환경일보]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해진 거리 곳곳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이동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반갑고 든든하다.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시민들의 건강과 여가 생활에도 큰 도움을 준다. 따릉이는 2015년 10월 첫 도입 이후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 왔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서울시민이 가장 공감한 정책 1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공공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2025년 4월 기준, 따릉이는 등록 회원 486만 명, 누적 이용 2억3000만 건, 운영 자전거 4만5000대를 기록하며 서울시민 절반이 경험한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평균 2.5km, 20분 이내라는 이용 수치는 따릉이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생활 속 교통망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으며 대중교통을 보완했고, 이는 보수·진보 정권을 아우르며 꾸준히 추진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따릉이는 오세훈 시장에서 시작해 박원순 시장을 거쳐 다시 오세훈 시장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사례다. 이러한 연속성과 시민 지지가 결합된 결과, 따릉이는 도시 교통 혁신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단순한 교통수단 확대를 넘어 도시 환경 개선과 시민 건강 증진, 교통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낸 중요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따릉이를 비롯한 자전거가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서울의 자전거 수단분담률은 2% 미만으로, 암스테르담·코펜하겐·도쿄·타이베이 등 자전거 선진 도시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비록 약 1400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망이 구축되어 있지만, 도로 간 연결성이 부족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구간이 많으며, 자전거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해 이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안전하게 탈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한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학교에서의 자전거 교육이 거의 없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올바른 주행 습관을 익히기 어렵다. 서울시의 안전 프로그램도 턱없이 부족해 자전거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적자 논란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하며, 이는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할 때 뚜렷한 비전의 부재를 드러낸다.

실제로 서울시의 자전거 관련 예산은 약 600억원에 불과하며, 따릉이에 투입되는 예산은 2025년 서울시 총예산 48조원 중 300억원 수준이다. 지하철 1km 건설에 약 1500억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자전거 도로는 수억~수십억 원이면 충분히 조성할 수 있어 투자 효율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따릉이는 늘 재정 적자 논란에 시달린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도로 건설비, 주차 공간 확보비, 환경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큰 부담이 아니다. 오히려 교통 혼잡 완화, 대기오염 및 온실가스 감축, 시민 건강 증진 등 다각적 편익을 고려할 때, 따릉이는 ‘재정 적자’가 아닌 ‘사회적 흑자’를 내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정책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로 도약해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에서 제안된 ‘자전거 친화도시 1010’ 비전은 10분 생활권 내에서 자전거 이용률 10%를 달성하자는 목표로,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을 한국 현실에 맞게 창의적으로 적용한 모델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바로 이 1010 비전의 제도적 기반이자 핵심 실행 수단이 되었다. 시민 절반이 이미 경험한 따릉이를 교통카드 체계와 연계하고, 간선·보조간선·생활권 자전거도로를 촘촘히 확충한다면 서울은 ‘세계가 주목하는 자전거 친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최근 서울의 기후교통카드가 큰 호응을 얻은 만큼, 따릉이와의 통합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버스·지하철·마을버스와 따릉이가 하나의 교통 시스템으로 연계될 때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과 탄소중립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나아가 ‘자전거 친화도시 1010’은 자동차 의존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며 교통 혼잡 비용까지 줄이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따릉이의 성과 위에 자전거 친화도시 1010 비전을 결합할 때, 서울은 단순한 교통 편의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도시 전략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러한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중요한 기회다. 시장과 시의원, 구의원과 같은 일꾼들을 어떤 비전과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는 달라진다. 결국 시민들의 바른 선택이 사회 변화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자전거 친화도시 1010’ 정책을 적극 채택해 대한민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자전거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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