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상청장

이미선 기상청장

[환경일보] 깊어가는 가을, 선선한 바람과 맑은 하늘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들녘은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계절 뒤에는 산불이라는 위험이 숨어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에는 작은 불씨 하나도 순식간에 큰불로 번질 수 있다. 우리는 화려한 단풍이 수놓는 멋진 가을 풍경의 이면에 산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실천하여 소중한 산림을 지켜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산불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에 대부분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을철 또한 봄철 못지않게 산불에 취약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을에는 활엽수가 잎을 떨구며 산지에 쌓이는데, 바로 이 낙엽들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키울 수 있는 주요 연료 역할을 한다. 또한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습도가 낮고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이에 등산이나 성묫길에 버려지는 담뱃불, 취사 불씨 등 부주의로 인한 작은 불씨가 커다란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 가을철은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부주의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위험도 크기에, 시민 모두가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안전 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산불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과 더불어 산불 예방과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산림청과 협력해 국가산불예보시스템에 기상 실황 및 예보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산불위험지수를 국민에게 제공한다. 산불위험지수는 기상, 임상, 지형 인자와 산불 발생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산불 발생 위험을 0~100까지의 지수로 산출한 값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위험도가 높음을 나타낸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단계별로 위험도를 제시하며, 야외 활동과 불 사용 시 경각심을 높이는 지표가 된다.

또한 산불 현장에서는 국지적인 기상상황 파악이 어려우므로, 기상관측 차량을 현장에 투입해 불길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실시간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정밀하게 관측한다. 이 정보들은 산불 진화와 주민 대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 차량이 이러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작년 가을 서울시와 합동으로 대규모 산불 대비 모의훈련을 수행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안성시와 함께 안전한국훈련에 참가하는 등 재난 대응 훈련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불의 초기 진화, 확산 방지 등 대응 과정에서 기상정보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다방면으로 강화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진=환경일보DB
북한산국립공원 /사진=환경일보DB

가을철, 한순간의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은 소중한 산림과 재산, 그리고 우리의 목숨마저 앗아갈 수 있다. 아무리 정교한 예측과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어도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산불 예방이 어렵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나부터 실천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산행 시 담배나 성냥, 라이터와 같은 인화물질을 지니지 말고, 취사 후에는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등 생활 속 안전 수칙을 실천하고, 기상청이 발표하는 산불 위험 예보와 건조특보도 꼭 확인이 필요하다. 모두의 작은 실천과 노력이 안전한 가을 산행과 푸른 산림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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