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방치·펫숍 유인·영리행위까지··· 동물자유연대, '제도 취지 심각하게 훼손'

[환경일보] 정부가 동물보호 강화를 위해 시행 중인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오히려 신종펫숍의 신분 세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는 2023년 4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민간인이 운영하는 비영리 동물보호시설을 제도권에서 관리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가 11월 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정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민간동물보호시설 17곳 중 최소 6곳 이상이 신종펫숍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부산 북구 3곳, 인천 계양구 1곳, 경기 고양시 1곳, 충남 천안시 1곳 등이다. 단체는 운영 실태 확인이 어려운 시설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는 더 많을 수 있다며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직접 방문해 확인한 4개 시설에서는 동물 방치, 관리 부실, 영리 행위 등이 다수 발견됐다. 인천 계양구 A업체는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까지도 관리 인력이 없었고, 동물 거주 공간은 배설물로 오염돼 있었으며 사료와 물도 제공되지 않은 채 약 30마리의 동물이 방치돼 있었다. 특히 캣타워에는 고양이 사체가 걸려 있는 등 심각한 위생 상태가 드러났다.
경기 고양시의 B업체는 보호소 입양 문의자에게 서울의 펫숍 주소를 안내하며 입양을 빌미로 펫숍 방문을 유도했고, 해당 펫숍에서는 B업체의 홍보 영상이 상영되는 등 보호시설을 펫숍 영업에 이용하고 있었다.
부산 북구에 위치한 C업체는 전국 3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는 대표적 신종펫숍으로, 민간동물보호시설로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방문 결과, 업체는 파양을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했으며, 이는 비영리 시설 요건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같은 지역의 D업체와 E업체는 기존 신종펫숍의 상호만 바꿔 보호시설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D업체는 기존 펫숍과 동일한 연락처를 사용했고, E업체는 펫숍의 홍보 이미지와 같은 사진을 보호소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시하고 있었다. 충남 천안의 F업체는 신종펫숍과 동일한 상호명으로 보호시설 신고가 수리됐다.
이처럼 신종펫숍이 ‘합법 보호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현실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10월 2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대표적 신종펫숍인 C업체가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 수리된 사례를 지적하며 제도의 허점을 질타한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신고제는 사설 보호소의 과밀화로 인한 동물 방치·학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신종펫숍의 신분 세탁 창구로 악용되며 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는 동물보호법 제37조 제7항이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운영 및 환경개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들어, 신종펫숍이 세금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제도 재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현재는 서류상 요건만 충족하면 현장 확인 없이도 신고 수리가 가능한 구조”라며 “신고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작동하도록 운영기준을 재정비하고, 신종펫숍의 탈법적 이용을 즉각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