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고의적 화재로 대기오염·건강 피해 확산
초미세먼지 WHO 기준 20배 초과··· 축산업 방화가 주원인

브라질 산불 지역 /사진=환경일보DB
브라질 산불 지역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아마존의 불길은 단지 숲을 태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축 방목을 위한 산업형 농업의 확산이 지역 주민의 숨을 앗아가고, 지구 기후를 뒤흔드는 오염의 사슬로 번지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흡수원으로 불리던 아마존이 이제는 초미세먼지의 발생지로 변하며, ‘기후와 건강’의 위기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주민들이 상파울루, 베이징, 런던 등 주요 도시 거주자보다 더 많은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지난 4일 공개한 연구 보고서 'Toxic Skies: How agribusiness is choking the Amazon'에서, 2024년과 2025년 화재 시즌 동안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Porto Velho)와 아마조나스주 라브레아(Lábrea)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기준치(㎥당 15㎍)를 20배 이상 초과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들 지역의 연평균 PM2.5 농도 역시 WHO 기준의 2~6배에 달했다.

PM2.5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로, 머리카락 두께의 30분의 1 수준 크기다. 이 초미세먼지는 폐와 혈관에 침투해 조기 사망, 급성 기관지염, 심혈관 질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전문가 심사를 거친 연구로, 브라질 아마존 여러 도시의 초미세먼지 변화와 호흡기·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과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2024년과 2025년 화재 시즌 동안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Porto Velho)와 아마조나스주 라브레아(Lábrea)의 초미세먼지 농도 그래프 /자료제공=그린피스
2024년과 2025년 화재 시즌 동안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Porto Velho)와 아마조나스주 라브레아(Lábrea)의 초미세먼지 농도 그래프 /자료제공=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대기오염 주원인은 가축 방목지 조성과 목초지 재생을 위한 고의적 방화다. 2025년의 화재 발생 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WHO 기준의 6배 이상을 넘는 PM2.5 수치가 다수 관측됐다. 세계에서 가장 울창한 숲이 산업형 축산업으로 인해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가 된 셈이다.

화재는 주로 농축산업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아마존 생태지역 위성자료 분석 결과, 세계 최대 육류 기업인 JBS의 시설을 중심으로 반경 360km 내에서 3000만 헥타르 이상이 불탔다. 이는 이탈리아 전 국토 면적에 맞먹는 규모다. JBS와 같은 대형 육류기업이 화재 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 정책을 갖고 있지 않아, 공급업체들이 고의로 방화를 저지르더라도 숲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한 대기오염은 지역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르투벨류 병원들은 화재철마다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급증했으며, 특히 어린이와 노년층이 큰 피해를 입었다. 보고서에 인용된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마존 지역에서 방화로 인한 연기 때문에 수만 건의 입원과 조기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WHO 대기질 기준을 충족할 경우, 혼도니아주와 아마조나스주 등 고오염 지역의 기대수명이 최대 2.9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리스 쿠냐(Lis Cunha)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캠페이너는 “아마존은 지구 생명을 지키는 핵심 지역이지만, 지금은 축산업에 의해 고의로 불태워진 불길의 연기에 질식하고 있다”며 “이 화재는 도시 거주민뿐 아니라 숲속 선주민과 지역 공동체 모두의 생명을 위협한다. 산업형 농업이 초래하는 진짜 대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삼림 파괴 문제가 아니다. 병원 침대에 누운 아이들, 숨이 가쁜 노인들, 그리고 전 세계 육류 산업을 위해 연기로 사라진 숲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COP30 회의에서 농산업 로비스트들이 농업이 ‘해결책의 일부’라고 주장할 것이나, 각국 정부는 이를 간파하고 숲과 사람의 건강을 보호할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하며, 책임 있는 산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COP30 개최지인 브라질 벨렝(Belém) 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삼림 파괴 및 훼손 중단·복원’이라는 UNFCCC 목표 달성을 위해 ‘삼림 행동계획(Action Plan for Forests)’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기관은 삼림 파괴를 유발하는 육류·사료 생산 기업이 아닌, 삼림 친화적이고 공정한 식량 시스템에 투자해야 하며, 선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직접 접근 가능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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